▲위생관리에도 손님없는 썰렁한 식당이 되어간다.
이복희
"대자네 식당이 죽을 맛인가 봐."
다음날, 대자가 너무 힘들어 한다는 남편의 말에 대자네 식당으로 갔다. 굳이 이유가 필요 없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찾아 갔
다. 역시 썰렁했다. "어떻게 지냈어, 손님이 오긴 오나?" 묻자, "네, 드문드문..." 하며 억지로 웃는다.
집에서 식사를 준비하다가 갑자기 파김치가 먹고 싶어 김치가게에 전화를 했다. "알았어, 5시경 와" 손맛이 좋아 엄마 맛을 되새김하며 먹을 수 있는 김치가게다. 맛깔스럽게 김치를 담아 이웃들에게 좋은 일 하는 어르신 집에도 물기가 없었다.
"다른 집은 몰라도 어르신 집은 여전히 바쁠 줄 알았는데…"
"뭔 소리여 아무도 안 와... 아, 이 동네 중국집들이 다 문 닫았다니까, 장사가 안돼서."
여기저기서 한숨이 가득하다. 마스크 대란이 있을 즈음 2월경 집에 마스크가 없다는 생각에 우연히 한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입했다. 앞에 서너 명이 개인당 20~30개 정도를 구입해서 갔다. 약사가 등을 굽힌 채 일어서면서 "이거밖에 안 남았어요" 한다. 갈등이 있었지만 뒷사람도 사야겠지 하면서 수를 세어보니 11개, 1장을 뒷사람에게 주었다. 그 사람은 8개를 샀다.
마스크는 출근하는 남편과 아르바이트 하는 아들이 주로 사용한다. 3월 초 동네 약국에서 달랑 남은 면 마스크 3개를 구입했다. 깨끗이 세탁해서 사용하자고 했다. 마지막이었다. 꼭 외출해야 하는 상황이나 출퇴근 하는 이들에게 양보하기 위해서도 나는 칩거를 선택한다.
음식물을 버리고 들어올 때 아파트 현관에 공용으로 있는 손세정제를 가지고 엘리베이터 버튼마다 소독을 해주며 집으로 들어온다. 보고 있던 이웃이 좋은 일 한다며 웃는다.
그동안 무심했던 것들, 지나쳤던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가를 알게 되는 날들이다. 코로나19로 죽을 맛인데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길거리를 걸어가던 순간들,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만났던 시간들, 숨 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던 매일의 일상이 공기처럼 소중한 날들이었음을 뼈가 시리도록 체감하고 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지나칠 수 없는 이웃들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느끼고 공유하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애쓸 수 있는 소중한 날들이기도 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작은 관심이 사람의 가슴을 풍요롭게 하기도 한다.
코로나19가 겨울 언덕을 빠르게 넘어가 새순이 움트는 봄 앞에 사라져 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방이 보통의 날처럼 평범한 일상이 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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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죽을 맛"이라는 동네 식당 찾아가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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