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주변이 왕관처럼 생겼다 해서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불린다. 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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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체인 바이러스는 오래도록 살아남으려면 숙주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쉽게 멸종되는 숙주거나 숙주 집단의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 수 있는 속성이 있다면, 기생체 관점에서는 '좋은' 숙주가 못 된다.
사람과 같은 숙주 집단의 개체 수를 좌우하는 것은 '여성'이다. 어떤 바이러스가 수컷보다는 암컷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게 된다면, 생명체의 탄생 그 자체를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해당 숙주 집단의 개체 수는 그만큼 줄어들 확률이 높아진다. 바이러스로서는 미래의 숙주 숫자가 줄어든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낮은 감염률도 비슷한 맥락에서 추론해 볼 수 있다. 어린이는 잔여 기대수명이 클 수밖에 없다. 즉 두고두고 숙주로 삼을 수 있는데, 어린아이에게 치명적이라면 역시 바이러스로서는 스스로 숙주의 숫자를 줄임으로써 장래 증식의 기회를 줄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물론 어린아이나 여성의 감염이 적은 것을 바이러스의 '심모원려'(깊이 고려하는 사고와 멀리까지 내다보는 생각)로만 풀이할 수는 없다. 사람과 같은 숙주 입장에서도 종족 집단의 보존을 위해서라면 여성과 어린아이를 우선 지킬 수 있도록 면역력이나 저항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화해왔을 가능성이 크다.
바꿔 말하면, 사람과 바이러스가 나름 '타협'했을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타협의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건, 감염률과 치사율의 반비례 관계에서도 어림짐작할 수 있다.
감염률과 치사율이 둘 다 높다면, 인류는 바이러스에 의해 최후를 맞게 되는 경우도 예상해볼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이런 종말적 사태가 얼마든지 가능한데, 이 경우 인류 감염에 최적화된 해당 바이러스 또한 절멸을 피하기 힘들다.
바이러스와 사람은 어쩌면 서로 '공생에 바탕을 둔 기생적' 관계일 수도 있다.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학계의 기존 가설들을 살펴보면, 이런 심증이 전적으로 헛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바이러스와 사람, '공생에 바탕을 둔 기생적' 관계
바이러스 기원에 대해서는 대략 3가지 가설이 주류를 이룬다. 하나는 멀고 먼 옛날 거대한 세포에 기생하던 작은 세포가 더는 자신만의 유전물질 복제기능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져, 바이러스로 변하게 됐다는 게 줄거리이다.
다른 가설은 어떤 생명체로부터 우연히 유전물질(DNA나 RNA)이 떨어져 나와 바이러스가 됐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가설은 지구상에 바이러스와 세포가 비슷한 시기에 출현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진화했다는 것이다.
인류가 조상 때부터 지금까지 최소 수백만 년 동안 절멸하지 않고 살아남은 건, '공생적 기생'의 힌트가 될 수 있다. 공생이란 서로에게 도움이 되거나, 최소한 한쪽에 이렇다 할 피해가 없어야 하므로, 기생이란 단어와는 충돌할 수 있다.
그런데도 수백만 혹은 수천만 년의 진화 경로를 고려할 때 '공생'의 여지를 전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다. 예컨대 바이러스가 인간의 유전물질에 새로운 특성, 즉 외부 유전물질을 추가할 여지가 있는 탓이다.
인간이 미생물이나 바이러스처럼 짧은 시간에 유전적으로 변이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장구한 세월을 거치다 보면 변화하는 환경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유전물질이 바이러스를 통해 인간 유전자에 삽입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바이러스에 의해 인체로 옮겨진 유전물질은 뜻밖의 상황을 만났을 때, 인간이 살아남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시간을 길게 잡고 들여다보면, 바이러스 인류의 생존에 기여하는 바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생물 진화라는 긴 시간표에서 보면, 이번 신종 코로나를 포함한 바이러스 감염의 세계를 '공생적 기생'이라는 틀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허술할 수도 있는 추론이지만 전문가 아닌 시민의 관점에서는 해볼 만한 생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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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보다 2배 높은 남성 감염률... 신종 코로나 '3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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