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형 서울동구로초 교장
윤근혁
서울 구로구에 있는 대림역 4번 출구를 빠져나왔다. 30여m 앞 골목부터 보이는 식당과 휴대폰 가게의 간판 글씨는 거의 중국어다.
거리를 걷는 이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썼다. 서울 광화문 거리보다 사람은 적었지만, 마스크를 쓴 비율은 더 높은 듯 보였다. 4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아래 신종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교포와 중국인이 많은 동네 골목 모습이다.
이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서울 동구로초등학교가 바로 나온다. 저학년 학생들 10여 명이 운동장 귀퉁이에서 놀이를 하고 있다. 한국말도 들리고 중국말도 들린다. 이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 초등학교는 여느 학교와 학생들의 구성이 다르다. 재학생 439명의 절반가량이 다문화 학생이거나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중국계 학생이다.
이 학교 오시형(62) 교장은 "부모가 한국인인 가정 학생이 절반, 그렇지 않은 학생이 절반가량"이라면서 "신종 코로나로 사회는 시끄럽지만, 학생들은 서로 도와가며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혹시 한국 부모를 둔 학생들이 중국 출신 학생들을 멀리 하지는 않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아이들끼리는 분란이 없고, 그런 걸로 차별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이 학교 결석생은 28명. "결석생 가운데 부모가 한국인인 학생이 약간 많기는 하지만, (비율에서)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는 게 오 교장의 설명이다.
오 교장은 서울 관악동작교육지원청의 교육장을 하다가 지난 2016년 3월 1일자로 동구로초로 자청해 왔다. 4년여간 중국 학부모와 다문화 학생들을 셀 수 없이 만난 그는 최근 신종 코로나를 둘러싸고 일부에서 벌어지는 중국인 혐오와 차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 교장을 이 학교 교장실에서 1시간가량 만났다. 오 교장은 43년 동안 교직 생활을 마치고 오는 2월 29일자로 정년퇴임한다.
"아이들은 색안경 끼고 보지 않더라"
- 정년퇴임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 문제로 고생할 것 같다.
"여기는 중국 분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지만 다행히 확진자가 없다. 여느 학교처럼 교직원들이 학생들 체온을 재고 있다. 우리 학교는 마스크를 2000개 사서 나눠준다.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학생들에게 주고 있다."
- 일부 학교에서는 '휴업을 왜 하지 않느냐'는 학부모 전화가 걸려온다고 하는데.
"우리 학교는 조용하다. 외부에서 볼 때는 한국 학부모들이 전화를 걸 것으로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 휴업해 달라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 언론에선 중국계 학생이 많은 초등학교에서 최근 '한국 학생들 결석이 많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요사이 평균 30명 정도 결석하고 있다. 평상시보다는 약간 많은 수치다. 신종 코로나 걱정 때문에 결석한 학생이 10명가량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인 학부모만 학생들을 안 보내는 게 아니다. 외국인 학부모도 학생을 안 보내기도 한다. 한국인 가정 자녀의 결석이 한두 명 많은 정도다."
- 중국인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관심과 참여 정도는 어떤가?
"요즘 중국인은 자녀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높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부모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우리 학교 녹색어머니회 회장이 3년째 중국 분이다."
- 신종 코로나를 계기로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인터넷 등에서 번지고 있다. 아이들 사이의 분위기는 괜찮은가?
"신종 코로나로 사회는 시끄럽지만, 학생들은 서로 도와가며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실제로 그렇다. 지난해 우리 학교에선 학교폭력대책자치위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요새도 신종 코로나 때문에 다툼이 있다는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 아이들끼리는 분란이 없고, 그런 걸로 차별하지도 않는다."
"친구들에게 통역해주는 아이들에게 배운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