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간다는 소문을 전한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1/21)
민주언론시민연합
중국에서 거주하며 아이를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다는 인터뷰이는 "저희 아이가 이제 국제학교를 다녀서 학교 모임이 있었어요. 부모가 중국 사람들이 많아요. 근데 그 사람들이 폐렴 환자 얘기가 나오니까 하는 말이 자기들은 문제없다는 거죠. 왜냐하면 한국이 너무 가까운데 비행기 값만 내면 한국 가서 다 치료가 가능한데 중국에 왜 있냐는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자막으로 '이번에 우한에서 넘어온 분도 일부러 왔다는 얘기가?'라고 뜨면서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취재진의 질문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걸릴 정도면 비행기 거리 시간 얼마 안 되는데. 병원은 낮 시간에 갔을 거고 비행기는 아마 당일 아니면 그다음 날 탔을 텐데,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그냥 일부러 갔다고 다 그래요"라고 답했고 이는 그대로 방송에 나갔습니다.
이 인터뷰를 들은 주영진 앵커는 "우리나라 보건 당국이 저런 상황에도 대비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라고 물었습니다. 김우주 교수는 자신이 다니는 병원 인근에 중국 교포가 많다며 "사실은 평상시에도 제가 근무하는 병원 인근에 조선족 교포들이 많이 삽니다. 그분들도 얘기를 들어보면 예를 들어 결핵 진단을 받으면 중국이 아니라 한국에 와서 치료받는다. (중략) 그래서 저도 이 말씀을 처음 듣는 것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지난 26일엔 SBS 뉴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넘은 것을 보도하면서 '미세먼지에 이제 코로나까지 수출하는 중국..?!'이라는 문구를 달아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이는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로 인종주의적 차별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심지어는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 교포'에까지 낙인찍어
헤럴드경제 <르포/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1/29 윤호 기자 신주희‧유동현 수습기자) 기사는 총체적 난국입니다. 기저엔 중국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혐오가 숨어있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 교포들에 대한 편견을 또다시 덧씌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르포'라고 이름 붙여진 이 기사는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일명 '차이나타운'을 찾아 여기에 위치한 시장이 비위생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헤럴드경제는 "중국인 밀집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유행에도 노상에 진열한 채 비위생적으로 판매하는 음식이 여전했으며 바닥에 침을 뱉는 행인들도 많았다"라면서 그 근거가 되는 장면으로 "노상에는 고기, 순대, 탕후루(각종 열매를 꼬치에 꿰어 사탕물을 묻혀 굳힌 중국 전통 과자), 도넛 등 음식 대부분이 바깥에 진열돼 있었다. 맨손으로 길거리에 진열돼 있는 탕후루를 만지는 관광객과 묵을 만지는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 침을 뱉는 행인들이 많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림중앙시장 공영 주차장 쪽 흡연금지 구역에서는 중년 남성들이 모여 담배를 피운 후 가래침을 길바닥에 뱉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적었습니다.
'대림', '차이나타운'이란 글자를 지우고 보면 여느 시장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위생관리를 엄격히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어디든 이런 식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외국인 혐오를 멈춰달라는 이 시점에, 굳이 대림동 차이나타운을 찾아가 중국 교포를 비위생적이고 위험에 둔감한 이들로 보도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혐오입니다. 혐오 정서를 노리고 장사하기 위해 만든 기사에 불과합니다.
중국인 전체에 '폐렴 환자' 딱지 붙이는 보도도 있어
일부 중국인들의 모습을 과대 해석해서 중국인 전체가 감염증 환자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문제적 보도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이들 보도는 평범한 시선에서 바라보면 별문제라고 느끼지 못할 일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채널A <약국에 줄 선 중국인들, 마스크 싹쓸이>(1/27 서상희 기자)에서는 중국인들이 하루에 마스크를 수백 개씩 싹쓸이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기자는 서울 명동과 서울 대림동을 찾아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사는 모습을 취재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은 양손으로 가득 잡은 마스크 제품들이 모자란 듯 대형 봉투까지 이용해 쓸어 담습니다"라거나 "박스째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재기하는 사람도 늘었습니다"라며 중국인들 사이에 마스크 대란이 일어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중국인'에 초점을 맞춰서 보도했기 때문에 중국인들에게 '전염병 낙인'을 찍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은데, 중국인이라고 더 유별나게 마스크를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따지면 마스크를 싹쓸이하는 것은 한국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머니투데이 <'우한 폐렴' 확산에 동난 마스크…"남은 물량 싹쓸이했다">(1/28 오정은 기자)를 보면 서울 시내의 마트, 편의점, 드럭스토어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비단 중국인들만 유별나게 대응하고 있는 건 아니란 의미입니다.
중국인에 대한 공포를 심어준다는 점에서 채널A <우한에서 6천 4백명 입국…제주 비상>(1/27 공국진 기자) 또한 문제적 보도입니다. 우한이 봉쇄된 지난 23일 이전, 우한을 빠져나간 사람이 500만여 명이고 그중 6천여 명이 한국에 들어왔다는 분석, 들어보셨을 겁니다. 연합뉴스 <중 신종코로나 환자 3천명 육박…우한탈출 500만중 6천명 한국행(종합)>(1/27 김진방 기자)을 보면 중국 제일재경망과 바이두(百度)가 우한 지역 지도 앱 사용자들의 동선을 분석해 발표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한국으로 6천여 명이 갔다고만 할 뿐 어디로 갔는지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채널A는 해당 보도에서 '6천여 명'을 거론하면서 "특히 이들의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도가 비상 상태입니다"라면서 "제주 시민들의 불안감을 전해드립니다"라고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제주도로 갔는지 아닌지 확인된 바가 없는데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