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저녁 MBC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성별 임금격차'로 대표되는 성차별 문제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여성 고용률, 여성 임금 차별, 기업 공공분야에 여성이 지도자로 진출하는 데 있어서 유리천장이 있는 등의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현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 대책에 있어는 엉뚱한 방향의 진단을 내렸다.
문 대통령의 실책은 성차별 문제를 저출산 문제로 성급하게 치환한 것에 있었다. 문 대통령은 "여성 고용률이 높아지면 다시 출산율이 높아진다"며 양성이 동등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 현실보다, 결혼과 출산이 줄어드는 현상에 더 관심을 보였다. 여성 차별의 문제를 해결할 이유를 다시금 출산에서 찾는 것은 여성 국민을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인구 증가의 수단으로만 보는 대표적인 성차별적 시각이다.
문 대통령이 드러낸 성평등 의식의 부족함은 정부의 젠더 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2017년 19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공약한 젠더평등 정책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고, 임기의 절반 동안 정부가 도달하거나 실패한 지점에 대해 평가한다.
아직도 갈 길이 먼 '성평등한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이 '성평등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1순위로 공약한 '(대통령 직속) 성평등 위원회'는 방향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진선미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공약보다 여가부의 기능을 복원하고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법무부, 국방부, 대검찰청, 경찰청 등 8개 기관에 양성평등전담부서를 설치하는 방안을 통해 성주류화 정책에 힘을 쏟는 의지를 보였다.
'남녀 동수 내각'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요하게 내세운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지만, 온전한 달성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난 8월 개각에서 '여성 장관급' 인사 비율은 30.4%, '여성 장관' 비중은 27.7%다. 대통령은 외교부, 국토교통부, 국가보훈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최초의 여성 수장들을 앉혔다는 점에서는 호평받아 마땅하지만, 자신이 적극적 우대조치의 맥락으로 공약한 '동수'에 도달하려면 다음 개각에서는 최소 4명 이상의 여성 장관을 더 임명해야 한다. 여성 장관 30%는 큰 도약임을 인정하지만, 그 숫자를 자체적인 상한선으로 두지 않길 바란다.
OECD 최고 수준(36.7%)의 성별 임금 격차를 OECD 평균 수준(15.3%)으로 낮추기 위한 공약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정부의 약속이지만 서울시에서 먼저 실행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부터 직원들의 성별, 고용형태별 임금정보를 누리집에 공시하고 있다. 동일한 사업장 내의 임금 격차를 성별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기존 공약에 '고용형태'를 추가해 발전시킨 것이다. 그러나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7년 발의한 같은 내용의 법안은 2019년 현재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모두를 대상으로 삼는 것이 관건인데, 사업장의 특성을 무시하는 법안이라는 반대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정부는 공공기관의 청년고용 의무 비율을 현행 3%에서 5%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개정했다. 해당 법안은 정부의 젠더평등 공약으로 추진되었으나, 여성 비율을 특정하지 않아 여성청년에 일자리를 할당하겠다는 목적은 실현되지 않았다. 기업의 채용·임금과 관련한 정부의 성평등 정책은 대부분 '경영 자율성 침해' 논란으로 인해 법제화되지 못하거나 공공기관에 한정해 소극적으로 적용하는 상황이고, 문 정부의 공약 이행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 성평등 정책에 대중이 관심이 표하는 일이 잦아진 점은 고무적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3년간 시행해온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는 여성 고용비율 및 관리자 고용비율을 일정 부분 충족하도록 이끌어 고용 평등을 촉진하는 제도이다. 올 3월엔 여성친화적 마케팅을 하기로 유명한 '알라딘커뮤니케이션'이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부진 사업장 명단 공표 대상 50곳에 포함되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었고, 해당 기업은 사과하고 대처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