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놓인 <전두환 회고록>과 <이순자 자서전>2017년 4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매장에 <전두환 회고록>과 <이순자 자서전 - 당신은 외롭지 않다>가 나란히 진열돼 있는 모습.
권우성
이유는 공무원들은 기록을 생산관리하지 않았으며, 가장 중요한 대통령기록에 대해서는 과거 대통령들이 퇴임직전 모든 기록을 소각하거나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서 기록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오직 당사자들의 구술기록에 의존해야 했다. 기록이 없으니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두환 자서전이다. 이 자서전에서 '계엄군의 진압 활동을 고의적으로 왜곡하려는 사람들의 악의적인 주장'이라고 하거나,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등으로 표현했다. 이 자서전으로 5.18 관련 단체와 유가족들에게 7000만 원 손해배상 판결을 받기도 했고 형사적으로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기록으로 증명할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오만한 행동이다.
대통령기록이 공격의 빌미가 되다!
반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을 남겼다는 이유로 수많은 부관참시를 당했다. 대표적인 것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주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주장했고, 엄청난 파장을 낳았다.
하지만 2014년 11월 23일 정문헌 의원은 공공기록물을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장기간에 걸쳐 정치·사회적 논란과 대립을 야기했고, 정상회담록 공개로 외교 신인도에 손상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2013년에는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이 1급 비밀기록으로 관리되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현대판 무오사화가 발생했다며 기록학계와 역사학계는 국정원을 비판했다. 비록 부적절한 공개였지만 기록이 공개되니, 노무현 전 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어떤 성과를 이뤘는지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수많은 정치적 논쟁이 있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은 여전히 차분히 관리되고 있다. 또한 하나하나 해제되며 시민들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