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북-미 정상 첫 만남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 6월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첫 만남을 갖고 있는 모습.
케빈 림/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미 끝났습니다. 우리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 정권의 전복을 추구하지도 않습니다. 비핵화를 위한 우리의 계획과 함께 북한에 이러한 메시지가 분명히 전달될 수 있도록 외교를 진전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다른 미래를 위한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는 비핵화를 토대로 했으나 그보다 더 큰 문제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가진 기회이고 우리가 북한과 나누게 될 논의 내용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부터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해 왔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안전담보를 제공할 것을 확언하였으며" 정도로 표현됐는데,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이를 종전선언으로 진일보시킬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명시한 평화체제는, 한국전쟁 당사국인 남·북·미·중 4자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 양자가 대면하는 이번 회담에서는 협정체결의 전 단계로 실효 없는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 있다. 또 향후 한국, 중국을 포함해 평화협정을 논의할 실무기구를 구성하기 위해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북미관계 ①] 연락사무소 설치 및 문화·인적 교류
이번 합의 이후에도 북한과 미국은 남은 비핵화 조치와 관계개선·평화체제 조치 교환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평양과 워싱턴을 오가며 협상을 벌여온 양측은 일방의 갑작스러운 일정 연기 등으로 대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비건 대표의 다음 발언은 '상시적인 대화 창구 신설'의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북한 측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로 더욱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이것이 우리가 분명히 중점을 두고 있는 일 중 하나입니다."
비건 대표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의 예시를 들진 않았지만, 국제사회에선 정식 외교관계를 맺기 전 예비단계로 연락사무소 설치 단계로 상시 대화 창구를 여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건 대표는 북한과 협상을 하는 와중에도 북한과의 외교관계 진전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그 예로 문화 교류와 인적 교류를 들었다. 상호 예술단 방문 공연, 체육 교류, 상호 입국 허용 등이 논의될 수 있을 걸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양국 간의 어떠한 정상적인 교류도 어렵게 만드는 상당한 양의 장애물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고 해야 하는 일은, 걷기도 하고 동시에 껌도 씹어야 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압박 기조를 유지할 것이지만, 동시에 외교 활동을 진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을 찾아야만 합니다. 말씀하셨던 문화 교류와 인적 교류 구상 같은 것은 우리가 그런 환경에서 진전을 이루기 시작할 수 있는 분명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북미관계 ②] UN 안보리 대북제재 완화
"여러분도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에 똑같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이 맞습니다. 우리는 상대편이 모든 것을 다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종종 그런 식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래서 오늘 같은 기회를 빌어 우리 외교의 골격에 좀 더 살을 붙일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북제재 해제는 비핵화 이후'라는 원칙은 고수하면서도 '상대편이 모든 것을 다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한 건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따라 제재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는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14일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 CBS와 인터뷰하면서 밝힌 다음 내용과도 부합된다.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하는 그때까지, 전 세계가 설정해 놓은 경제제재 - 미국의 제재나 유럽의 제재가 아니라, 북한을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들이 지지하는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 모든 나라들이 이 대북제재가 세계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여겨왔는데, 우리가 전적으로 의도하는 것은 이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것으로 좋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재 해제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핵심 '상응조치' 중 하나다. 북한의 경제발전 집중노선에도 제재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폼페이오 장관의 말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도록 할 가장 효과적인 유인책은 제재 완화라는 얘기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를 언급했는데, 사실 이는 한국이 중단한 것이라 미국과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북한에 다량의 현금 지급' 금지 등 여러 제한이 있는 UN의 대북제재로 인해 한국이 재개 결정을 내려도 제재 위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합의에서는 북한이 바라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를 위한 미국의 협력 약속, 즉 UN 제재 완화를 위한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협력 약속이 명시되거나 구두로 합의될 수 있을 걸로 보인다.
한국전쟁 전사·실종 미군 유해 송환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