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 경축식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김명수 대법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0주년 제헌절 경축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남소연
양승태 게이트에 법적으로 대처하는 김명수 사법부의 자세는 무책임을 넘어 '동류(同流)의 비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지난 7월 24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이규진 전 양형실장 등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자 법원은 "피의자 양승태·박병대가 지시 또는 보고 등 피의자 임종헌과 공모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했다"며 기각했다. 지난 1일에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및 일본군 '위안부' 소송 '재판거래'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검찰이 청구한 법원행정처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기각했다.
검찰이 지난 7월 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를 시작한 뒤 4차례에 걸쳐 22곳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임종헌(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주거지와 사무실, 그리고 외교부에 대해서만 영장이 발부되었다. 기각률은 무려 91%나 되었다. '제 식구 감싸기'를 넘어 '법관의 독재'라는 비판을 받아야 할 정도 아닐까?
그러자 비난의 화살이 현직 대법원장 김명수에게 쏠리고 있다. 양승태체제의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거래를 하고, 국회· 언론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사법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대법원장이 영장담당 판사들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수는 없겠지만, 법 적용에 관한 원칙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사법부 개혁'을 강조하며 취임한 그는 사법부의 적폐를 방관하고 있을 뿐이다.
법원장들과 고법 부장판사들로 구성된 차관급 이상 고위 법관들이 여전히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 선임된 인물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기에는 현재 사법부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위급하다.
헌법 제7조 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103조에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양승태는 물론이고 그를 따라 사법농단을 일삼은 고위 법관들이 헌법 제7조 1항과 제103조를 위반했음이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건으로 명백히 드러났다. '국사범'으로 다루어야 할 그들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는 사실은 최근 법원의 영장 기각률 91%라는 수치로 입증되었다. 양승태 게이트 관련자들을 철저히 수사해 기소하는 작업을 강도 높게 추진하려면 특검이 설치되어야 한다.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약칭 특검법) 제2조(특별검사의 수사대상 등)는 "법무부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이 수사대상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제2조에 따라 특별검사의 수사가 결정될 경우 대통령은 제4조(특별검사 임명절차)에 따라 구성된 특별검사추천위원회(국회가 구성)에 지체 없이 2명의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여야 한다." 극우 또는 수구적 야당이 특검 구성에 반대하겠지만 대다수 주권자들은 사법농단의 뿌리를 완전히 뽑기 위한 대통령과 국회의 결단을 강력히 지지할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양승태 게이트에 대한 향후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특별재판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사법농단 사건을 맡을 영장전담판사를 서울중앙지법에 새로 지정하고,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국회에서 이른 시일 안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법 정의를 바로세우지 못하면...박정희 정권 시기의 대법원은 1975년 4월 8일, 인혁당 관련 피고인 8명에 대한 사형을 확정함으로써 행정부 수장의 '하수인'이 되어버렸다. 법무부는 확정 판결이 나온 지 18시간 만에 그들을 교수대로 보내 목숨을 앗아갔다. 국제법학자회의는 4월 9일을 '사법사상 치욕의 날'로 명명했다. 인혁당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물론이고 살아남은 이들도 나중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을 당한다는 사실은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무수히 입증되었다. 불행한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진정한 민주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 양승태 게이트는 법정에서 엄정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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