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 입구에 추모의 글이 적힌 메모가 가득차 있다.
이희훈
그렇게 처음 연을 맺은 이래로 지난 13여 년 동안 그와의 이러저러 사연들이 한둘일까만, 그중에서도 호되게 야단맞던 기억들이 유독 선하다. 때로 가해졌던 그의 꾸중 없이, 그로부터의 배움 없이 내가 지금의 나일 수 있을까. 긴 시간 그와 함께 하며 나도 저렇게 훌륭한 진보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꿈이 시나브로 자란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간 진보정치 불모지나 다름없던 지역구에 몇 해 전 뿌리내리고 일구기 시작하며, 나는 그에게 배운 것이 너무나 많음을 새삼 더욱 느꼈다. 마음을 담아 국민을 대하는 그의 화법은 내게 지역구민을 대하는 교과서나 다름없었고, 유불리 고려 없이 항상 옳음을 쫓는 그의 태도는 곧 나의 지표가 되었다. 유머와 해학에 진정이 담기지 않으면 재미도 울림도 주지 못함을 몇 년에 걸쳐 그에게 배운 나는 지역구민들로부터 유쾌하고 신실한 정치지망생으로 차차 인정받을 수 있었다.
내가 지역에서 정의당 후보로 세 번 도전할 때마다 그는 어떻게든 바쁜 일정에 틈을 내 도우러왔다. 이번 선거 때도 당연하다는 듯 와준 그는 시장을 함께 돌며 "임한솔 품질보증서 노회찬입니다" 외쳐주었다. 그런 그를 유세 후 식당으로 모시며 사장님 들으라고 크게 말했다. "대표님, 여기가 제 지역구에서 제일 맛있는 중국집입니다!"
그는 대단한 미식가로 대중에 알려졌는데, 내가 보기엔 조금 틀렸다. 나는 그와 수없이 많은 곳에서 함께 식사하며 단 한 번도 그가 음식을 맛없게 먹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는 땀 흘려 조리한 이의 수고와 정성을 생각해 어떤 음식이건 항상 맛있게 먹고는 SNS에 최고의 맛집이라 자랑했고, 그런 그를 많은 국민과 당신의 지역구민들은 늘 아끼고 사랑했다. 나도 내 지역구민들에게 사랑받고픈 마음에 자연스레 그처럼 말하고 행동한 것이다. 그날 그가 지은 미소가 마치 자네 나에게 잘 배웠군 하는 칭찬처럼 보여 뿌듯했다. 이것이 그와의 마지막 식사가 될 줄이야.
"자네 그렇게 하면 안 돼" 그의 꾸중이 벌써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