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NSC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청와대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오후 4시부터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상호 신뢰구축 정신에 따라 대북 군사적 압박에 대해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며, 한미연합훈련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간, 북미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물론 북한의 비핵화 조치 실천과 남북-북미간 성실한 대화 등의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북한이 진정성 있게 비핵화 조치를 실천하고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남북간, 북미간 성실한 대화가 지속된다면" 한미연합군사훈련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한국 시각)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북한과) 매우 포괄적이고 완전한 합의를 협상하는 상황에서 전쟁 연습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매우 도발적이다"라면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더 나아가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좋은 신의를 갖고 협상하는 동안에는 전쟁 연습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한미간 통상적 군사훈련은 계속 하되 대규모 연합훈련은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백악관 관리의 설명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미국 정부가 오는 8월에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 중단 방침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검토와 관련된) 구체적 내용은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라"라고 지시했다.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길을 열었다"이날 NSC 전체회의는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평가하고, 이후 한국 정부의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임종석 비서실장, 이상철·남관표 국가안보실 1·2차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렸다"라며 "마침내 한반도에 짙게 드리워진 냉전의 먹구름을 걷어내고, 북핵문제 해결과 항구적 평화를 위한 힘찬 발걸음을 본격적으로 내딛을 수 있게 되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한해 북한의 고강도 핵 실험과 15차례 미사일 발사, 그에 따른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의 악순환, 북미간의 거친 설전, 군사적 방법의 선택 가능성과 전쟁 위기설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절체절명의 시기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길을 열었다"라며 "올 2월 평창 올림픽을 시작으로 휴전선과 태평양을 쉴 새 없이 넘나들며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을 이끌어냈고,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라고 그동안의 여정을 술회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두 정상의 만남과 공동성명 합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라며 "새로운 변화를 향한 두 정상의 과감하고 전략적인 결단이 아니었다면 결코 성사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려운 선택을 결정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담대한 용기와 결단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라고 북미 두 정상의 역할을 치켜세웠다.
"남북-북미관계가 선순환할 수 있는 제도적 틀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