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희훈
"문서 모른다"면서 무조건 대법원은 결백?이와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은 "두 가지는 명백히 선 긋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대법원장으로서 재직하면서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심 재판에 관해 부당하게 간섭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라며 "하물며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서 방향을 왜곡하고 그걸로 거래를 하고 그런 일은 꿈도 꿀 수 없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런 일은 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냥 말로써만 표현하는 게 부족할 정도로 결단코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전 대법원장은 "일각에서는 뭔가 목적을 위해서 '대법원 재판이 왜곡되고 방향이 잘못 잡혔다' 이렇게 생각하고 또 그것을 사실화 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대법원의 재판은 정말 순수하고 신성한 것이다. 그것을 함부로 폄하하는 것은 정말로 견딜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의 재판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혹시 국민께서 이번 일에 대해서 대법원 재판에 대해 의구심을 품으셨다면 정말 거두어주실 것을 앙망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법원 정책에 반대하는 법관을 뒷조사 했다는 의혹에는 "그런 게 있었다면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정책에 반대한 사람이나, 또는 어떤 일반적인 재판이나 특정한 성향을 나타낸 사람이나, 그런 법관에게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도 "그런 조치를 내가 최종적으로 한 적은 없다는 것을 단연코 말씀드린다"라며 그런 조치가 설령 있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이번 특별조사단의 결과를 왜곡하며 자기모순적인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조사단 조사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여러가지 컴퓨터를 남의 일기장 뒤지듯이 봤다"라며 "400명 정도 사람들이 가서 이야기를 했는데도 사안을 밝히지 못했으면, 그 이상 뭐가 밝혀지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특별조사단의 조사뿐 아니라 지난 1년간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조사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5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나 상고법원 설립과 법원 재판간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옛 법원행정처 '말씀자료'에 대해서도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에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니고 덕담을 하는데 말씀자료라는 걸 (아래서) 만들어준다"라며 "일회성으로 넘어가는 것이지 그런 것을 공부하듯이 외우고 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서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문건에 뭐가 들어가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해당 문건들이 대법원장의 지시 없이 만들어진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무슨 문건인지 알아야 이야기할 것 아니겠나"라고 되물었다. 또 "지금까지 (그 문건을) 본 적도 없다. 도대체 컴퓨터 안에 무슨 문서가 들어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양 전 대법원장은 이번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로 들어난 법원행정처의 부적절한 문건의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당시 대법원은 결백하다는 식의 자기모순적인 말들을 늘어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조사단에서도 그런 문건이 있지만 실행된 건 없다고 결론을 낸 걸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재판이 잘못됐다는 방향으로 왜곡 전파되고 있어 법관들은 기가 찰 일"이라며 "왜 (김명수) 대법원장이 그것을 단호하게 이야기해주지 않는가 섭섭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검찰 수사에 응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검찰에서 수사한답니까?"라고 되물으며 "그때 가서 보겠다"라고 말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독대하는 자리에서 상고법원 설치와 인사권을 요구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지금은 사실이 왜곡되는 방향으로 가는 걸 바로 잡기 위해 나온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