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판문점 선언' 포옹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포옹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북한의 관영 매체가 남북 정상회담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 매체가 조선중앙TV, <로동신문> 등 북측 주민을 향해 뉴스를 전하는 관영 매체라는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전문가들은 남북 변화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장면이자,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북측 주민에게 전달,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풀이했다.
'혈육의 정', 조선중앙 TV의 보도
'평화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놓을 역사적 만남.'28일 조선중앙 TV는 남북 양 정상의 만남을 이같이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 차량이 북한국 비무장지대를 통과해 판문점으로 향하는 과정을 화면에 실으면서다. 이어 두 정상이 서로를 끌어안는 장면도 내보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뜻깊은 기념사진을 찍으시고 뜨겁게 포옹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눈에 띄는 장면은 또 있다. 이날 군복을 차려입은 리명수 총참모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하는 모습이다.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모습 역시 그대로 내보냈다.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의 만찬도 나왔다. 그러면서 "만찬은 시종 혈육의 정이 넘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라고 보도했다. 김 여사와 리 여사를 '혈육의 정'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비핵화 충격' 줄이기? 전문가들은 남측을 향해 최대한 예우를 담은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남북관계의 존중을 드러내며 앞으로 이런 행보가 이어질 거라고 북한 주민에게 암시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말과 행동이 상당 부분 진정성을 갖고 지속성이 있을 거라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남북관계를 속도감 있게 획기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서를 반영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북한이 이를 기획해서 진정성 있게 보도했다"라고 덧붙였다.
2017년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올해 비핵화를 진행하며 북한 주민을 향해 논리적 설득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 실장은 "북한은 비핵화로 가는 논리적 궤적이 필요하다"라며 "지난해까지 올인했다가 바로 비핵화로 가면 논리적 공백이 많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논리적 설득력을 보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평화의 분위기를 드러내 북한 주민이 겪을 수 있는 비핵화의 충격을 완화했다는 지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정 역시 "북한이 남북관계의 개선 의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려 한다"라고 짚었다. 김정은 위원장 체제에 들어서 북한 매체가 사진, 동영상 등 시각적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로동신문>에 사진이 차지하는 비율이 굉장히 커졌다"라며 "글보다, 사진, 영상이 선전 효과가 크다 보니 이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