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의 적용 대상을 '국민'에서 '사람'으로 넓히는 작업은 외부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경험을 경청하는 것의 시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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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런 모습들은 대한민국이라는 내부를 설정해놓고 외부인을 배척하고 타자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그 외부인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은 이런 배척과 타자화를 정당화하는 데 한몫한다.
현행 헌법 제 2장의 제목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이다. 그리고 제10조부터 제39조까지 '모든 국민은'을 주어로 강조하는 조항들이 나온다. 그러니까, 지금의 헌법은 기본적으로 권리의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는 중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처럼 말이다.
현재는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마련해 놓은 '국민헌법' 사이트에 '국민'을 '사람'으로 개정하는 것이 주목받는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그런데 이 안건의 찬반 숫자가 매우 팽팽한데, 찬성 1만 494명에 반대 9531명이다. 기본권의 범위를 확장하지 말자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 것이다. 문제는 반대 그 자체가 아니라 반대의 이유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댓글들이 한결같다. 이슬람 유입이 쉬워져 테러가 일어나고, 불법체류자들이 늘어나 테러가 일어나고, 난민이 늘어나고... 온통 테러와 난민 걱정 투성이다.
마치 기본권의 영역을 넓힌다는 것이 범죄를 일으켜도 봐주겠다고 말한 것인 양, 혐오와 편견의 댓글들이 흘러넘친다. 오히려 이런 소동들이 기본권의 주체를 '사람'으로 넓혀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무슬림들이 테러를 자행하고,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법 체류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서 저 사람들은 테러를 일으킬 것이 뻔하니까 수용해서는 안된다'라는 표현은 전혀 다른 효과를 가져온다.
혐오표현에 대해 연구하는 법학자 홍성수 교수는 소수자를 일정한 틀에 가둬놓고 한계를 지우는 경우, 그리고 이런 말들에 대해 별다른 제지가 없을 경우 어느 순간 사실로 굳어지고 또 다른 차별을 낳음을 지적한다. 처음에 말했듯 '쟤 다문화 가정이래' 역시 '차별받는 소수자의 속성'을 굳이 언급하여 부른다는 점에서 당사자에게 상처가 되고 차별적 표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국민'에서 '사람'으로 넓히는 작업은 '비국민'이 받는 차별에 대해 경청하는 것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렇듯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을 외국인도 보장받아 우리 공동체 내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어야 이런 매서운 차별과 배제를 점차 줄여나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차별금지법을 논의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개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