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들은 너무 거칠다, 왜 이렇게 예민하냐, 무서워서 말을 못하겠다. 나에게 돌아온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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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했다. 그들이 말한 '페미니스트'에는 나도 포함된 것 같은데, 나의 어떤 부분이 거칠고, 불만스럽고, 무섭게, 더군다나 앞서가는 것처럼(?) 느껴졌을까. 말투? 여성주의 이야기할 때만 튀어나오는 말투가 따로 있었나? 표현? 딱히 사나운 표현은 없었을 텐데. 내가 이론으로 무장한 사람도 아니고. 게다가 앞서가는 느낌이란 뭘까. 페미니즘이 최근에 튀어나온 이론이나 주장이었나?
내가 "왜 페미니스트들은 머리가 남자처럼 짧아? 왜 그렇게 늘 화가 나 있어?"라는 질문을 가까운 남자 지인에게 받고 어이없다고 느낀 것이 15년 전이다. 여성이 다수인 이 모임 안에서조차, 여성주의는 최소한 이삼십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사실 그 모임에서 누군가가 한 말을 직접 지적한 것은 '여편네' 발언이 처음이었다. 나는 다만, 박근혜를 '미스 박', 최순실을 '아줌마'라 부르는 것은 여성혐오이며 강남역 살인사건 역시 여성혐오 범죄다, 사랑하는 데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아들과 똑같이 며느리도 자신의 명절을 보낼 권리가 있으니 나는 이번 명절엔 시댁에 가지 않기로 했다, 와 같은 의견을 내 발언 순서에 밝혔을 뿐이다.
그들은 내 의견에 딱히 동의도, 적극적으로 반박도 하지 않았다. 내가 어떤 의견을 낼 때, 그 목소리에 평소 생각과 관점이 녹아있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무엇이 셌다는 걸까. 너무 솔직했나? 직설적이었나? 논리에 억지가 있었나?
찜찜한 기분으로 며칠을 보냈다. 생각이 명확해졌다. 국립국어원에서 '여편네'라는 말을 포함한 5087개 성차별적 언어표현을 발표하고 다른 말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지적한 지도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그 5087개나 되는 혐오 표현을 40년 동안 뼈에 새기도록 반복해 들어온 것만으로 이미 충분하다.
나는 5087개나 되는 표현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작은 목소리로 순화시켜 말하기 싫다. 센 것은 겉으로 드러난 표현이 아니라 의미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나는 너무나 당연한 이 불편함을 에둘러 표현하지 않겠다. 나는 좀 더 까칠해지기로 했다.
나는 피곤하지만, 건강해지는 길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