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내려가나...'법무부가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가상화폐 관련주들이 11일 동반 급락했다. 사진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빌딩에 있는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의 대형 전광판에 표시된 동반 급락한 비트코인 시세표를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가상화폐 문제의 논쟁이 확대일로에 있다. 화폐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문제부터 중앙정부와 은행의 역할, 기술의 진보와 4차혁명, 투자냐 투기냐 엇갈린 주장들까지 제각각 목소리를 내다보니 혼란스럽다. 여기에 생소한 블록체인, 해쉬함수 등 용어들까지 나열되다보니 가상화폐 시장의 운영원리조차 오롯이 이해하기조차 힘든 게 사실이다.
우리 사회 전체가 가상화폐 광풍에 휩쓸리는 모양새다. 컴퓨터 상가마다 비트코인 채굴에 쓰인다는 고가의 그래픽카드가 동나, 겨울방학 특수를 기대하던 PC방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대학생들이 다음 학기 등록금으로 가상화폐를 구매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노인들이 노후 자금을 투자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확인은 할 수 없지만 누구는 수년 전 게임머니로 받은 가상화폐가 지금은 몇 억이 되었다는 소문도 있다. 사회 전체가 들썩이는 모습은 뉴타운 건설 공약에 모두가 부자가 될 것 같았던 그 때 광풍과 비슷하다.
사회적 갈등도 우려스럽다. 폭락한 가상화폐 때문에 살림살이를 부순 사진을 SNS에 올리며 정부 규제에 화풀이를 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 또한 탄핵시켜야 할 대상이라는 과한 주장도 있다. 규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양분된 여론도 접점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이런데도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선량한 투자자를 도박꾼으로 모는 오만한 정부라고 날을 세우고, 또 한쪽에서는 정부 내 작전세력이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가상화폐 가격을 정부가 보도자료 엠바고 하나로 조작했다는 것도 믿기 어렵지만, 멀쩡하던 시장을 법무부와 청와대가 들쑤셔놔 오히려 급등락하는 롤러코스터 도박장으로 만들었다는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도 아무 말 대잔치처럼 어떤 해결 의지도 찾아내기 어렵다.
물론 정부 대응도 후한 점수를 주기도 어렵다. 비트코인 채굴과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시작된 것이 6개월이 넘어섰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규제를 할 것인가, 4차 산업으로 육성을 할 것인가도 입장이 명확히 서 있지 않았다. 투기 열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지난 11일에야 법무부장관이 비로소 '투기나 도박과 비슷한 가상화폐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거래소폐쇄 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반발이 거세지자 며칠 만에 폐쇄안 잠정보류, 거래실명제 도입으로 후퇴안을 내놓았다. 또 며칠 후 김동연 부총리가 거래소 폐쇄안은 여전히 살아있는 옵션이라며 혼란을 키웠다.
정부의 몇 차례 대책은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았고, 메시지도 명확치 않았다. 중국의 채굴 금지, 각국의 규제로 가상화폐 등락폭이 커지자 투자의 위험성이 곳곳에서 제기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오히려 열풍이 거세졌다. 가상화폐 시장의 종주국이 되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고, 비트코인 가격이 1000달러에서 400달러로 급락했던 2013년 사태가 재현되면 가장 큰 피해 국가는 한국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의 우왕좌왕하는 대책이 투기의 판을 키워 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이유다.
온 국민이 '가즈아' 외치는 건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