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전남 목포 신항만에 인양된 세월호가 침몰하며 부숴진 모습으로 거치되어 있다.
이희훈
단원고 2학년 남현철. 아직도 엄마가 애타게 찾고자 하는 아들의 이름이다.
그 전날, 엄마는 체크카드에 돈을 몰래 넣어뒀다. 수학여행 때 쓰라고 미리 용돈을 준 터였지만, 조금 더 즐겁게 다녀오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항상 일터에서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묻는 엄마 때문에 "친구들한테 마마보이 같다는 얘기 듣는다"던 아들. 그래서 이번엔 먼저 전화하지 않겠노라 말했다. 제주도에 도착하면 그저 도착했다는 전화만 달라고 했다. 그러면 그때 체크카드에 여윳돈을 더 넣었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서프라이즈!
전화는 오지 않았다. 역시나 엄마가 못 참았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출근길에 아들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받지 않았다. 친구들이랑 노느라 못 받나 했다. 일할 준비를 하는 중에 사장이 TV를 보다 말했다.
"야야… 단원고배가 넘어가고 있단다."그리고 3년 7개월. 아직 전화는 오지 않았다.
미수습자 가족. 세상이 엄마를 부르는 이름이다.
고개 숙이고 입 닫고 산 엄마 지난 14일 저녁 엄마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이, 사람이 무서워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닫고 살았다. 채 피워보지 못하고 떠난 아들의 이름에 흠을 내는 댓글들이 무서웠다.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온 지난 4월부터 200일 넘게 그렇게 침묵했다. <오마이뉴스>와 만난 이날도, 그는 이름을 밝히길 거부했다. 그냥 '현철이 엄마'로 불러달라고 했다.
맞벌이를 하는 엄마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집에서 맞이하지 못했다. 그래서 '포스트잇'을 붙였다.
"제가 출근을 하잖아요. 애가 돌아왔을 때 아무도 없을 테니 메모를 해놔요. 다 똑같은 말이죠. '잘갔다 왔어? 손 씻고 냉장고에 우유 있으니 마셔. 밥 챙겨먹고 학원 잘 다녀와'. 전날 말싸움을 좀 했으면, 부모들이 흔히 하는 말 있잖아요. '다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 그리고 미안해' 이런 감정 표현. 그런데 현철이가 그 포스트잇을 다 안 버리고 있더라구요. 책상 서랍에 다..."
아, 이 녀석은 말은 안해도… 고맙고 미안했다.
또 그 전날, 엄마가 늦으니 수학여행 짐 좀 싸놓으라고 했지만, 역시나 그러지 않았다. 퇴근 후에 같이 가방을 꾸렸다. 아들이 침대에 눕더니 갑작스레 "역시 집이 제일 편해"라고 말했다.
3년 후인 2017년 4월 28일, 그 가방만 덩그러니 엄마 품으로 돌아왔다. 제일 편하다는 집으로, 가방만.
무섭게 변해가는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