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쿨맵시 실험 자료. 여름철 실내에서 쿨맵시 복장을 착용하면 피부온도가 떨어져 실내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이 실험대로라면 넥타이에 긴소매 차림보다는 노타이에 반소매 차림이 더 시원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피부온도가 낮아진 게 넥타이를 풀었기 때문인지, 반소매 때문인지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노타이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반소매 효과'를 부인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박창규 건국대 섬유공학과(현 유기나노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난 2008년 건강정보사이트 <코메디닷컴> 기사에서 "똑같은 면 소재의 반팔 와이셔츠와 긴팔 와이셔츠를 입으면 더 시원한 쪽은 일반적 상식과는 달리 긴팔을 입었을 때"라며 "긴팔 셔츠를 입으면 흡수한 땀을 공기 중으로 빨리 증발시키기 때문에 반팔을 입었을 때보다 더 시원해진다"고 밝혔다. 박 교수 주장은 지난 수년간 주요 언론 매체를 통해 확산됐다(
'긴팔 셔츠가 반팔보다 시원?…남자도 패션을 알면 덜 덥다').
"땀 많이 흘릴 땐 긴소매 셔츠가 반소매보다 시원"
과연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일까? 박창규 교수는 지난 24일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실험 결과를 가지고 한 얘기는 아니다"라면서 "일반적으로 반소매가 긴소매보다 더 시원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긴소매 옷이 더 시원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한 말이지, 모든 상황에서 똑같이 적용되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 교수는 "옷이 땀을 흡수하면 마르면서 몸의 열을 빼앗아 가는데, 긴소매 옷이 짧은 소매보다 땀을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더 시원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면서 "바람이 많이 불 때 효과가 있지만 비가 내려 습도가 높으면 효과가 없기 때문에 주변 환경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땀이 많이 나고 건조한 상황에서 긴소매 옷이 반소매보다 시원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땀의 효과'는 앞서 쿨맵시 비교 실험에서도 나타났다.
인하대 의류학과 연구팀(강누리·나영주)은 지난 2010년 6월 국립환경과학원 쿨맵시 비교 실험 결과를 분석한 논문('냉방환경에서 쿨맵시 착용에 따른 생리적 반응과 주관적 감각')에서 땀 발생량(발한량)이 피부온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당시 두 옷차림 사이의 '시원함'을 비교하려고 이마와 가슴, 팔, 손등, 허벅지, 종아리, 발등 등 7가지 부위의 피부온도를 측정했다. 실내온도가 낮을수록 피부온도가 떨어지는 '쿨맵시 효과'가 컸는데, 실내온도 27℃에서는 팔과 손등 정도를 제외하면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마 부위는 오히려 쿨맵시를 입었을 때 평균 피부온도가 더 높아졌다.
연구팀은 "일반복장에서 발한(땀)이 많이 분비되어 오히려 피부온도를 낮추었기 때문"이라면서도 "발생한 열과 땀은 개폐구 및 직물을 통해 체외로 발산되지 않을 경우, 체내에 정체되어 체온이 상승하게 되며 불쾌감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두 복장 사이에 체온 차이는 거의 없었지만, 실험 대상자들은 같은 실내온도에서 쿨맵시 복장이 더 시원하고 쾌적하다고 느꼈다.
온도 높을수록 커지는 '땀의 효과'... "땀 흘리는 게 더위 적응에 유리"우리 몸은 주변 온도가 올라가면 체온을 유지하려고 땀을 배출한다. 땀이 증발하면서 몸의 열을 빼앗아 가는데, 실내온도가 높을수록 이 같은 '땀의 효과'는 커졌다.
건강의복연구회와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서 지난 2014년 진행한 쿨맵시 비교 실험에선 '노타이-반소매 효과'가 이전보다 줄었다. 국립환경과학원과 달리 에어컨을 틀지 않아 실내온도를 25~27℃에서 32℃ 내외로 높였고, 실험 대상자들도 40분 쉬고 10분씩 걷게 해 충분히 땀을 흘리게 했다(건강의복연구회 '여름과 겨울철 실내 에너지 절약을 위한 건강한 의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