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받는 이재명이재명 성남시장이 2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소연
이재명 시장은 생애주기별 국민 2800만 명에게 연 100만 원씩 지급하고, 모든 국민에게 연 30만 원씩 토지배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생애주기별로 0~12세는 아동배당, 13~18세는 청소년배당, 19~29세는 청년배당, 65세 이상은 노인배당을 1인당 매년 100만 원씩 받을 수 있다. 30세~65세 노동 가능 연령대를 제외한 모든 국민이 수혜 대상이다. 또 농어민과 장애인은 나이에 상관없이 각각 농민수당과 장애인수당을 1인당 연간 100만 원씩 중복해서 받을 수 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생애주기별 배당 대상자가 2명이면 토지배당 120만 원을 포함해 연 320만 원을 받을 수 있고, 배당 대상자가 4명이면 연 52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들 배당은 현금 대신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해 지역 경제 활성화도 도모할 계획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이 시장은 생애주기별 배당 23조 8천억 원(아동배당 5.8조 원, 청소년배당 3.1조 원, 청년배당 7.6조 원, 노인배당 7.4조 원)에 장애인배당(2.5조 원)과 농민배당(1.7조 원), 토지배당(15.5조 원)까지 포함하면 연 43조 5천억 원이 든다고 예상했다.
이 가운데 토지배당 15조 5천억 원은 기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대체하는 토지 보유세인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늘어나는 세수를 모두 사용하고, 나머지 30조 원 정도는 국가 재정 관리와 법인세, 소득세 등 증세로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 이 시장은 성남시 재정 관리로 예산 7~8%인 1200억 원을 확보한 경험을 내세워 국가 예산 400조 원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중심으로 7% 정도만 줄여도 30조 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시장은 자신의 대선 공약을 담은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메디치)라는 책에서 "예산을 아껴 쓰는 정도로는 꼭 필요한 복지를 충분하게 해낼 수 없다"면서 재벌 증세와 초고액 소득자 증세, 조세 감면 축소로 20조 원을 추가로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500억 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약 440개 대기업 법인세를 22%에서 30%로 8%P 인상하면 연평균 약 15조 원, 과세표준 10억 원 이상 초고액 소득자 6천 명에 대해 10억 원 이상 부분만 최고세율을 50%로 올리면 2조 4천 억 원, 대기업과 고소득자 조세감면 제도 개선으로 5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국토보유세 등으로 늘어나는 세금을 감안해도, 전체 가구의 97%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정치권 평가] 포퓰리즘 비판에 야당도 가세 "기존 복지정책 개선이 더 시급"기본소득은 거의 모든 국민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급돼 파급력도 큰 만큼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란 비판도 따라 붙는다. 새누리당, 바른정당 같은 보수정당은 물론, 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당 안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매년 수십 조 원에 이르는 재원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실현 가능성이 없고,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우선 기본소득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현가능성 없는 포퓰리즘일 뿐이라는 비판이 많다. 또 기본소득 때문에 국민들의 노동 의욕이 꺾인다는 비판도 있고, 종부세보다 강력한 국토보유세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심지어 같은 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도 지난달 25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보편 복지, 선별 복지는 '개 발에 편자' 같은 논쟁"이라면서 "(비현실적인 장애 수당, 양육 수당, 실업 급여 수준 등) 단계적인 복지 정책, 제도 정비 과제가 산적했는데 선거 때면 각 계층마다 더 주겠다는 식으로 복지 정책에 접근하는 방법에 동의할 수 없다"고 이 시장이 기본소득 공약을 비판했다.
이재명 시장 싱크탱크인 공정사회정책연구회 토지주택·기본소득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기본소득 공약을 만든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기본소득은 나라가 국민들에게 뿌리는 공짜 돈이 아니다"라면서 "국가가 모든 국민들에게 실질적 자유를 부여할 의무 때문에 지급하는 돈이자, 한 나라의 공유자산에 대해 권리를 갖는 국민들에게 그 권리에 상응해 지불하는 배당금"이라고 밝혔다. 토지를 비롯한 자연자원, 환경, 인공지능, 기득권층이 누리는 특권을 모두 국민의 공유자산으로 본 것이다.
[전문가 평가] 기본소득 실험 의미있지만 재원-정책 효과는 미지수그동안 사회수당을 비롯한 복지 예산 확대를 요구해온 시민사회나 일찌감치 기본소득 공약을 꺼내든 진보정당에서도 이재명 시장 공약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증세를 통한 '보편적 복지국가'를 추구해온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내만복) 공동운영위원장은 "이재명 시장 공약은 기본소득으로 포장만 했지, 청년배당과 농민배당만 빼면 보편적 복지국가에서 제시한 '사회수당'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설계 원리는 기본소득이지만 금액이 워낙 적어 부분 기본소득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전 국민에게 월 30만 원(4인 가구 기준 월 120만 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 공약을 내놨던 노동당에선 이 시장의 공약의 실효성보다는 상징성에 더 무게를 실었다.
장흥배 노동당 정책실장은 "기본소득의 기본 정신은 국민 모두에게 무차별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라면서 "(이 시장 공약처럼) 특정 계층에게만 주는 건 전면 기본소득이 아닌 부분 기본소득에 가깝다"고 밝혔다. 기본소득의 장점은 납세자와 수혜자가 일치해 조세 저항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인데 특정 계층에만 주게 되면 그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