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케무샤> 포스터
20세기 폭스사
아키라 감독은 영화 <카게무샤>를 통해 군주의 그림자로서 살아가야 하는 '카게무샤'의 삶을 비장하게 그려냈다. 그러나 영화의 엔딩 자막이 올라가면 비장함은 이내 허무함으로 전이된다. 실체없는 그림자의 삶을 살았던 '카게무샤'의 모습이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자각 때문이다. '가케무샤'가 군주의 신변을 위해 존재하는 그림자에 불과했듯 우리도 누군가의, 혹은 무엇인가의 그림자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설도 이 정도는 아니다온 나라가 시끌벅적 난리다.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이 사실로 밝혀지면서부터다. 전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4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이 유출되면서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의 실체가 드러났고, 비선실세의 국정개입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 사건은 대통령의 서슬 퍼런 진노 속에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그런데 애초 이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던 박관천 전 행정관은 내부 문건 유출 혐의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가 정윤회, 3위가 대통령"이라고 밝혀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 당시 최순실씨는 철저히 베일 속에 가려진 존재였다. 세간의 모든 시선이 정윤회씨와 문고리 3인방에게 쏠려 있었던 탓이다. 최순실씨는 단지 정윤회씨의 전 부인 정도로 알려졌을 뿐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았다. 모두가 감쪽같이 속고 있었던 것이다. 그림자에 불과한 '카게무샤'를 군주라고 믿고 있었던 과거의 그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