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그러니까 트루먼 대통령은 집무실에 'The buck stops here' 이런 문구를 걸어놨다고 하지 않습니까?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는 거죠. 지도자는 권한을 행사하는 동시에 책임을 지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지도자는 모든 책임을 밑으로 돌리고 있어요. 지도자가 책임지지 않으면 아무도 소신껏 일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 정부가 성공할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우리 지도자가 권력자가 아니라 책임자가 될 때 저는 일이 풀리기 시작한다고 봅니다."18일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일성이다. 정 의원이 미국의 33대 대통령 트루먼 대통령의 좌우명을 소개하기도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이에 화답할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평소 여론조사 결과를 그리도 중시한다는 박 대통령에게 4.13 총선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를 소개할 차례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14~15일 총선 직후 이틀간 101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취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긍정 평가는 총선 전인 한 주 전보다 무려 8.1% 포인트 하락한 31.5%였다. 민심이 심판한 총선 결과를 반영하듯 박 대통령이 그리도 신경 쓴다는 여론조사까지 폭락한 것이다.
부정 평가 역시 62.3%를 기록해 7.8% 포인트가 올랐다. 리얼미터는 이 역시 취임 후 부정평가가 가장 높았던 2015년 2월 1주차와 동률이라고 밝혔다. 30.8%라는 긍정과 부정의 격차 역시 취임 후 가장 큰 폭이다. '책임지지 않는 무능한 대통령'에게 걸맞은 여론조사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래도 반성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 이래도 별일 아니라는 듯 계속 딴청을 피울 셈인가. 아니면, 심각한 총선 결과로 인해 받은 충격을 또다시 국민들이 위로해 줘야 하나.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2주기 추모 행사에 참석은 물론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세월호 후속 대책으로 내놓은 '국민안전의 날'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굳이 붉은색 옷 걸치고 '선거 개입'까지 의기양양 일삼았던 박 대통령 아니었던가.
세월호 2주기는 왜 '나 몰라라' 했을까"'너희들 그까짓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겪은 고통에 비하면, 너흰 몰라서 그렇지 나는 그것보다 더 큰 고통을 겪었고, 그걸 혼자서 다 이기고 여기까지 왔어.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이런 마음이었을 거란 말이죠. 그러니까 트라우마가 치료되지 않으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어요. 전혀 감정이입이 안 돼요. 왜냐하면 그 끔찍한 고통에 계속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고통에 마음의 시점이 이동하질 않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죠. 근데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일단 1950년도 한국전쟁을 겪으며 온 국민이 트라우마 환자인 거예요. 그거 한 번도 제대로 치료한 적 없어요."세월호 참사 1주기에 맞춰 발간된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에서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 박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트라우마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릴 적 양친을 모두 끔찍한 사고로 잃고, 18년간 홀로 '와신상담'했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치료하지 못한 트라우마로 인해 공감능력을 잃었다'는 진단인 셈이다.
윤 전 장관의 예측대로, 박 대통령이 이번 총선 결과에 받은 충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은 안 된다. 아무리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해도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의 현실과 심각함은 제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투표로 심판한 민심이 원하는 민생경제를 비롯해 국정교과서 폐기, 노동 5법 철폐,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 등을 못 이기는 척 정상적으로 되돌릴 수 있지 않겠나. 아마도 계속 고집을 피운다면, 더 큰 충격을 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별 탈 없이 보내기 위해서라도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더 큰 제스추어가 필요하다.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진 대통령에게 더이상 자비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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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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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지지' 붕괴된 대통령에 자비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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