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후보들 박정희 생가서 큰절 "도민께 사죄"새누리당 경북선대위 '큰 일꾼 유세단'이 6일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도민들에게 큰 절을 올리고 있다. 유세단은 당내 공천 파동 등에 대해 사죄하고 앞으로 똘똘 뭉치겠다며 다시 한 번 지지를 호소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철우, 김광림, 장석춘, 최경환, 백승주, 강석호, 박명재 후보와 이한성 의원)
연합뉴스
이러한 한국의 정치적 맹점을 정말 잘 이용하고 있는 것은, 맨 처음 이야기했던 새누리당이다. 한국, 특히 보수 진영에서는 박정희와 1960~70년대 개발독재에 대한 향수가 강하게 남아있고, 또 선거나 여론몰이 등에서 여전히 이용할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최경환의 경우처럼 박정희 생가를 참배하는 등의 이벤트는 범야권에서는 매우 지탄받는 행위이지만 반대로 여당과 지지세력 내에서 일종의 '단합'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또 이러한 방식의, 숭배를 이용한 정치는 유력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새누리당의 현재 구조와 딱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지금 한국의 대통령은 박정희의 자녀이고, 동시에 아버지를 계승하는 이미지를 적지 않게 가지고 있는, 게다가 당 내 유력자인 박근혜이기 때문에 그러한 정치적 단합 효과는 더욱 강한 힘을 내기 충분하다. 또 표를 호소하기에도 매우 좋다.
박정희와 이미지가 겹쳐지는, 그리고 그걸 이용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유력자인 자신이 휘두를 수 있는 당내 거대 파벌, 즉 패권을 이용해 '비박'을 비롯한 '내부의 적'과 야당 등을 비롯한 '외부의 적'을 상정, 딱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도 향수를 통한 내집단 단합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이 괜히 '각하'나 '제왕' 이라는 표현을 듣는 것도 아닐 것이고 말이다. 이는 아마 길거리 위에서 유권자들에게 "죄송하다"며 큰절을 하고 삭발을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형식의 단합 도모일 터이다.
여기서 간단하게나마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바로 예전에 쓰던 용어들이 다시 등장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유승민 무소속 출마 사태에서 이슈가 되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대통령의 사진을 두고 '존영' 이라고 하는 것이었고, 초치나 귀태 같은 이른바 '죽어가는' 말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존영 같은 경우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코웃음을 치다시피 했지만, 이러한 현상들 또한 옛날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려 한다고 충분히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샤머니즘을 넘어 민주주의로이런 방식의, 신격화와 숭배를 이용한 정치가 그 세력의 정통성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애초에 신격화와 숭배를 통한 정치 방식은 최소한 권위주의적인 행태이고, 또 그것은 정통성 계승의 차원을 넘어선 정치적 샤머니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재자에 대한 정치적 샤머니즘인 개인 숭배를 종식시키고 극복하는 것은 결국 민주주의와 맞닿아 있다.
신격화와 숭배의 종식은 민주화를 이뤄내는 일련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숭배를 지속하려는 것은 독재 정권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 자체로 민주적이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군사 독재자 박정희의 생가에 참배를 하고 그에 대한 숭배를 알게 모르게 진행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정당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다.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정치학적으로 풀어 나갈 때 빠질 수 없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이다. 정치 엘리트들에게 요구되는 정치적 리더십은 아무래도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공정한 체제라는 것과 그러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신념이다. 만약 정치 엘리트들에게 그러한 신념이 부족하다면, 그들에 의해 민주주의가 오히려 퇴보할 수도 있다. 엘리트주의는 필연적으로 선민의식적인 사상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 엘리트 집단이자 전략적 행위자인 새누리당은 무릎을 꿇고 삭발을 하는 '정치 쇼' 뒤에서 민주주의적인 정치적 리더십이 아닌, 오히려 구시대적인 엘리트주의 사고를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비단 이번 총선뿐 아니라 지난 선거, 지지난 선거 등에서도 충분히 찾아 볼 수 있다. 두말 할 나위 없이, 새누리당은 민주주의적이지 못한 정당이다. 비민주적 정체성을 강하게 지닌 정당, 독재자를 신격화하는 정당이 원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 또한 민주주의적이지 못한, 아니 사실 어처구니 없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아니, 어쩌면 총선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 일수도 있다. 지금 한국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 개발독재에 대한 향수와 유력자 숭배가 아니라, 그러한 것들을 종식시키며 발생하는 정치 의식의 성숙과 민주주의의 공고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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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글로 기억하는 정치학도, 사진가. 아나키즘과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가장자리(Frontier) 라는 다큐멘터리/르포르타주 사진가 팀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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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는 '삭발' 정치쇼, 뒤로는 박정희 생가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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