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춘천시 '야권 후보 단일화' 추진에 합의한 더민주 허영 후보(사진 왼쪽)와 국민의당 이용범 후보(사진 오른쪽).
성낙선
지난 야권 분열 과정을 보면 당시 안철수의 최후통첩안은 매우 무리한 것이 맞고 탈당을 한 것 역시 대단히 비판받을 행동이다. 그러나 당시 문재인 대표는 혁신안 고수를 이유로 안철수 탈당을 사실상 방조했다. 왜냐하면 김종인 체제에서 혁신안은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권 분열에 있어 절반의 책임은 더민주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리고 그 뒤 야권 연대로 오면 더민주의 문제점은 매우 심각해진다. 현재 야권연대 위기의 가장 큰 책임은 더민주에 있다. 필자의 이 주장을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야권연대에 있어 더민주는 적극적, 국민의당은 거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의당은 거부입장인 것은 맞다. 그러나 더민주는 야권연대에 적극적이지 않다.
이와 같은 여론은 일종의 착시효과의 산물이다. 사람들은 김종인 대표가 3월 초에 야권통합론을 제시하였고 이에 국민의당이 통합을 최종 거부했기 때문에 야권 협력(통합 혹은 연대)에 있어 국민의당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당시 김종인 대표의 통합 제의는 현실성도 없고 진정성도 없는 정략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시점상 통합은 물리적으로도 어려운 일이고 더군다나 그런 제의를 하면서 국민의당의 실질적 리더인 안철수를 자극하는 모순된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김종인 대표는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거부했다. 그리고 안철수 대표는 김종인 대표의 입장을 인용하면서 천정배-김한길의 야권연대론을 거부하였다. 김종인-안철수가 서로 공을 주고 받으면서 결과적으로 야권연대를 무산시킨 것이다.
더민주는 김종인 대표 체제가 성립된 이후 당 차원의 야권연대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 결과 문재인 대표 시절에 정의당과 논의되었던 중앙당 차원의 야권연대 논의도 무산됐다. 이러한 과정을 볼 때 과연 더민주가 야권연대에 성의있는 자세로 나왔다고 볼 수 있을까?
도덕적 호소 전략 무력화 하는 더민주의 행태더민주는 제1야당이기 때문에 다른 야당을 이끌면서 야권연대를 위한 전체적인 기획을 주도해야 했다. 여기에는 경쟁력 측면에서 대등한 역량을 보여주는 다른 야당 정치인에 대한 배려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더민주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준 바가 없다.
이런 더민주의 문제는 김종인 대표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더민주 지도부나 다른 유력 정치인들도 야권 공멸에 따른 위기를 강조하기만 할 뿐 아무도 먼저 자기희생의 결단을 보여준 바 없다. 현역 의원들이 특히 더하다.
더민주가 이런 행태를 보이니 야권연대에 가장 헌신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의당마저 더민주에 맹공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당 내부에서 새누리 압승 여부에 관심없는 제3당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었다.
앞에서 설명했다시피 지금 남은 유일한 수단은 도덕적 호소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자기희생적 결단과 같은 감동의 정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론을 제시하면 야권연대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야권연대론을 더민주 패권을 위한 정략적 도구로 폄훼한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연대가 가능하겠는가?
그러므로 현재 야권연대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더민주의 패권의식과 도덕적 해이의 결과다. 결국 제1야당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지역구별로 각개격파식으로 야권 단일후보의 지위를 쟁취하겠다는 것이 더민주 내부에 흐르는 전반적인 정서 아닌가? 과연 이러한 태도를 사람들이 제대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이렇듯 야권 분열, 야권 연대의 난항 이 두 가지 사안에 있어 더민주는 상당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도덕적 호소밖에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야권연대만을 강조하면 그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그리고 오히려 국민의당과 정의당 지지층의 반발심리만을 자극하는 역효과가 날 뿐이다. 이 점을 야권연대론자들은 알아야 한다.
이제 남은 시간은 일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