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의원은 2013년 KBS 두드림쇼에 출연해 정치 입문 계기를 밝혔다
KBS
'여성' 정치인의 주체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또 다른 인물은 나경원 의원이다. 나 의원은 정치 입문의 계기를 설명할 때 늘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 이야기를 꺼낸다. 나 의원은 딸을 사립학교에 입학시키려 했으나,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거절 당한 경험이 있다. 사회·정치적 소수자에 대한 관심으로 정계에 입문했다는 나 의원이 또 다른 소수자,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어떨까.
2008년 경남여성지도자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나경원은 "1등 신부감은 예쁜 여자 선생님, 2등 신부감은 못생긴 여자 선생님, 3등 신부감은 이혼한 여자 선생님, 4등은 애 딸린 여자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외모에 서열을 매기고, 비혼· 혼인 그리고 자녀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담겨 있는 발언이다.
이뿐만 아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의원은 군가산점을 언급하며 출산가산점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하지만 군가산점이 남성 장애인·여성 등을 배제하는 논리이듯, 출산가산점 제도 또한 불임이나 난임, 비혼 여성을 차별하는 제도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산점이 아니라 출산시 따라오는 차별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지만, 나 의원은 그런 지점을 짚지 못했다.
3선인 나경원 의원이 대표 발의 법안 개수는 총 50개다. 그 중 '여성'과 관련된 법안은 호주제 폐지로 인한 관련 법 조항의 개정, 여성재소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관련 법 두 건으로 총 3개다. '여성' 정치인임을 주장해 온 그의 모습과 대비되는 실적이다.
여성 정치인이 '여성'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여성 정치인은 '여성'을 대표할 수 있을까.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성별을 지니고 있더라도, 단순히 남성의 대리인에 머물거나 남성의 이미지에 기대는 정치인이라면 여성을 대표할 수 없다. 이러한 정치 활동은 오히려 성평등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기존 젠더 체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 뿐이다.
<성의 정치성의 권리>의 공저자, 권김현영씨는 이 책에서 "여자가 남자의 어머니나 아내, 딸로 존재할 때 그녀는 남성 사회의 일원으로 존재하지 여자 개인들을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여성의 대표성 문제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구성해왔던 남성 사회의 힘에 균열을 내고, 여자를 인간(개인)으로 그리고 다시 여성(집단)으로 호명하는 (여성) 사회의 기획과 함께할 때만이 '변화' 혹은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20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회의원 후보 중, '여성'이 겪는 문제에 공감하고 해결 의지를 가진 정치인은 누구일까. 정치인이라는 직함 앞에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필요치 않은, 성별과 상관없이 모두 '정치인'이라고 불리는 사회를 만들 정치인은 누구일까. 그런 정치인을 뽑는 것이 여성이 사회에서 동등한 일원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또 다른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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