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선거 날인 지난 2012년 12월 19일 오전 서울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려고 줄을 서서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유성호
이틀 동안 당시 자료를 확인한 동대문구 선관위 관계자는 5일 낮 "투표확인증에 도장을 찍은 투표관리인 이름이 당시 투표관리인과 일치한다"면서 투표 확인증이 조작된 건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당시 문서를 확인해보니 한씨가 휘경2동 제6투표소에서 선거인명부에 자필로 서명한 투표기록은 남아있지만 장안2동 제2투표소 선거인명부에는 한씨가 등재되지 않았다"면서 "선거인명부에 서명하지 않으면 투표용지가 발급되지 않기 때문에 공적인 장부로는 투표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장안2동 투표소에서 투표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곳에서 투표했다면 투표 확인증만 발급받았을 수도 있다"면서 "당시 장안2동 제2투표소 투표관리인과 직접 통화했는데 당시 투표소엔 별 문제가 없었고 (한씨에게 투표확인증을 발급했는지 여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씨는 5일 "장안2동 제2투표소에서 신분증만 내고 투표용지를 받아 직접 투표했고 이 과정에서 선거인명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현재로선 투표 확인증이 유력한 증거이기는 하나 실제 이중 투표 사실을 확인할 방법은 없어 '진실'도 '거짓'도 아닌 '논란'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과연 선거인명부 확인 없이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을까? 선관위에선 투표관리인 다수가 지켜보고 있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수작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각종 선거 때마다 이중 투표나 대리 투표 같은 부정 투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 2013년 4월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뒤로는 전국 곳곳에서 '이중 투표'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 의정부에서 사전 투표한 사람이 선거 당일에도 투표하려다 적발됐지만 결국 동명이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고, 경기도 안양 등에서도 사전투표한 동명이인 때문에 당일 투표를 못한 유권자가 다수 있었다. 실제 '이중투표'는 일어나지 않은 셈이다. 다만 지난 18대 대선 당일 경찰청은 이중 투표 1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20대의 치기어린 돌발행동? 마음 속 '공소시효'는 살아 있다 1993년생으로 지난 대선이 첫 투표였던 한씨도 이중 투표가 불법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처벌을 무릅쓰고 시도한 이유가 궁금했다. 한씨는 "(이중 투표가 가능한지) 시험 삼아 해본 것"이라면서 "미리 누구랑 상의하지도 않았고 개인적으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왜 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이중 투표 사실을 인증했느냐고 묻자, 한씨는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한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한씨는 삭제된 일베 게시물에 "18대 대통령선거 투표 2번 했다, 휘경2동이랑 장안2동이랑 2번 투표했다"면서 "내 능력 ㅆㅅㅌㅊ(×상타취; 평균 이상이라는 뜻)?"라는 일베 용어까지 써서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자신은 인증 글을 올리려고 가입했을 뿐 원래 '일베' 회원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일베 용어'도 "그래야 많이 볼 것 같아서 썼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씨는 지난 2일 '일베'뿐 아니라 '오늘의 유머', '뽐뿌', '디씨인사이드' 등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같은 글을 올렸지만 운영자가 모두 삭제했다고 밝혔다. 주요 언론사에도 모두 제보했지만 연락이 없어서 "뉴스거리가 안 되나보다"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한씨가 실제 이중 투표를 했든, '짤방'(잘림 방지)'을 겨냥한 허위 인증이든 모두 적절치 않다. 더구나 지난 18대 대선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간 득표율 차이가 3.6%포인트였고 국가기관의 SNS 대선 여론 조작까지 드러나면서 부정선거 시비가 여전하다. 국민 마음 속에 18대 대선 '한 표'의 가치와 '부정선거 공소시효'가 살아있다는 점에서, 한씨의 '제보'를 20대 청년의 치기어린 돌발행동으로만 보아 넘길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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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이중투표' 일베 인증, 거짓으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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