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사정 일자리창출 서울협약 체결식. 왼쪽부터 김현상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이정원 서울메트로 사장, 박태주 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 위원장
서울시제공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대한민국의 2015년 12월, 노사정 관계도 바싹 얼어붙어있다. 경제성장의 벽에 부딪친 정부는 '노동개혁' 드라이브를 걸었고, 노동계는 '노동개악'을 저지하겠다며 민중총궐기를 열었으나 차벽과 물대포에 막혔다. 그리고 이를 이끌었던 민주노총 위원장은 구속도 모자라 1980년대에나 들어봄직한 '소요죄'가 적용됐다.
그러나 그와 달리 노사정 사이에 따뜻한 훈풍이 불고 있는 곳도 있다. 바로 서울시가 그렇다.
이같은 분위기를 촉발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정부가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정년 60세 연장과 함께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임금피크제' 덕분(?)이다.
아버지 임금 깎아 아들 일자리 만들어라?행정자치부는 지난 7월 지방공기업에 대해 임금피크제 도입 권고안을 통보했다. 상시 300명 이상 사업장은 내년부터, 300명 이하 사업장은 내후년부터 도입하라는 것이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연장해 고령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대신 그들의 임금을 깎는 것으로, 행자부는 그 돈만큼 청년들을 신규 채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지방공기업에게 '장년고용유지+청년고용' 1쌍 당 540만 원의 상생고용지원금을 2년간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도 있지만, 도입하지 않는 기업은 경영평가를 낮게 주거나 성과급을 안 주고 임금인상률을 낮추는 등으로 시행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지방공기업의 인건비 부담 증가 해소, 근로자의 고용 안정,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 등에 두루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행자부가 밀어붙이는 권고안대로 설계할 경우 목표했던 일자리 창출은 신통치 않고 대신 세대간 갈등만 심해진다는 것이다.
서울노동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 행자부 권고안대로 하면 임금피크제로 인해 발생하는 신규채용인원이 최초 2년간만 세자리수이고 5년 후인 2020년에는 단 7명으로 급감해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예정자를 신규채용 목표인원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떠들썩하게 임금피크제를 시행해 청년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에서 5년 동안 그로 인해 생기는 전체 일자리가 891개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청년실업 문제를 중·장년층의 고용유지나 정년연장으로 인한 문제로 판단해 세대간 갈등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아버지의 임금을 깎아 아들을 취업시키는 격이기 때문이다.
사측과 협의해 일자리 창출을 주도해나가야 할 주체인 노조가 시행결정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었다는 것도 큰 문제였다. 자칫 노사관계의 파탄으로 나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시가 임금피크제를 넘어 이를 보완하는 종합적인 일자리 창출방안을 마련하기로 나선 이유다.
임금피크제 시행은 노사에 맡기고, 일자리창출은 함께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