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애플 미국 위스콘신대 교육정책·교육과정학과 석좌교수가 26일 낮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사무실에서 한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과의 대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늘의 교육> 최승훈 기자
세계적인 교육학자인 마이클 애플(73) 미국 위스콘신대 교육정책·교육과정학과 석좌교수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사람들의 기억을 파괴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독재에서의 삶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마이클 애플 교수가 1979년에 쓴 <교육과 이데올로기>는 지난 100년 동안 교육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세계적인 책 20권에 선정됐고, 우리나라에서는 1980~1990년대 진보적 교육 진영에서 필독서로 분류됐다. 애플 교수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크다. 1989년 전교조가 결성될 때 한국을 방문한 그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억류된 적이 있다.
지난 24일 방한한 마이클 애플 교수의 첫 일정은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참사 농성장과 청계광장 역사교과서 국정화저지 촉구 농성장을 방문한 것이다. 애플 교수는 이날 낮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사무실에서 변성호 위원장을 만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해 교육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 대통령, 사과탄 잊지 않고 있을 것"대담 첫머리에서 애플 교수는 1987년 당시 학생들의 시위를 회상했다. 애플 교수는 "서울대에 방문했을 때 (경찰이) 최루탄을 던졌는데, '사과탄'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변성호 위원장이 "사과탄은 없어졌고, 최루액이 생겼다"고 하자, 애플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탄을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변성호 위원장이 애플 교수에게 세월호·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농성장에 간 소회를 묻자, 그는 "(세월호 참사는) 일종의 살인이다. 정부는 사람들이 (세월호를) 기억에서 완전히 잊어버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연결된다"면서 "극우 보수주의자들은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진보세력보다 더 잘 알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사람들의 기억을 파괴한다. 만약 독재에 대해 잊어버릴 수 있다면, 존엄과 존중을 추구하는 교사들을 위협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 한 (정부의) 행동과 비슷하다. 보수우파는 집단 기억에 대한 정치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많은 학부모가 자녀를 잃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서)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독재에서의 삶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고 있다." 애플 교수는 "미국에서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교과서를 통제하려는 방식"이라면서 "미국에서 교과서 시장이 가장 넓은 텍사스 주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지사가 임명한 위원회는 학교가 선택할 수 있는 3~5개의 교과서를 정한다. 어떻게 보면 자유로운 것처럼 보인다"면서 "하지만 교과서의 내용은 비슷하다. 교과서 발행자들한테 텍사스 주가 굉장히 엄격한 발행 기준을 강요하고 있다. 보수우파가 교과서를 선정하는 위원회 위원들을 선택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사들에게 (교과서) 선택권을 준 것처럼 보이고, 마치 균형적 역사를 가르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교과서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보수우파인) 박근혜(대통령)의 친구일 뿐"이라면서 "교사들은 지역사회와 연계해서 교육과정과 교사 권리를 수호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변성호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는 18년간 장기집권을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또한 친일 세력들은 여전히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국가에서 교육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 독재와 친일을 미화하고 그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학생이 학교에서 노동기본권 배울 수 있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