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걸려온 비밀 태스크포스팀의 전화번호가 찍혀 있는 A고교 교무실의 전화 통화목록.
제보자
서울 혜화동에 있는 국립국제교육원을 사무실로 사용한 '국정화 비밀 태스크포스(TF)팀'이 고교<한국사> 집필진이 있는 학교에 전화를 걸어 조사를 벌인 정황이 처음 포착됐다.
사무실 들통 5일 전에 A고교에 전화로 캐물어
지난 19일 오후 2시 20분. 스스로를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소속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건 전화가 A고교에 걸려왔다. 이 학교에 따르면 전화를 건 사람은 "○○출판사에서 나온 <한국사>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하고 캐물었다고 한다.
지난 19일 오후 A고교 전화기에 찍힌 통화 목록을 입수해 살펴보니, 송신자 전화번호는 02-763-0011이었다. 기자는 이날 오후 2차례에 걸쳐서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당사자는 비밀 태스크포스팀 소속 이○○ 주무관이었다.
이 주무관은 당시 통화에서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전화를 받은 뒤 "여기는 국립국제교육원"이라고 말하더니 조금 있다가 전화를 끊었다.
이어 두 번째 전화를 받은 인사는 "여기가 국립국제교육원은 맞는데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와는 상관이 없는 곳"이라면서 "여기는 국제교육원 당직실이라 저는 아무 것도 모른다. 고교에 전화를 걸어 교과서 선택을 알아본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6일 뒤인 지난 25일 비밀 태스크포스팀 사무실이 들통 났다. 장소는 국제교육원이었고, 추진단원 가운데엔 이○○ 주무관의 이름도 있었다. 이날 공개된 'TF 구성·운영계획' 문서를 확인한 결과다.
26일 오전 같은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귀하의 전화를 연결할 수 없습니다"란 말이 나왔다. 하루 전 비밀 사무실이 들통 난 뒤 수신을 막아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이면서 A고교에 근무하는 B교사는 "지난번 출판사 선택이유를 묻는 교육부의 전화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뒤, 극우단체에서 교육부란 이름을 내세우며 뒷조사를 하는 줄로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결국 비밀 태스크포스팀의 소행으로 드러나는 것을 보니 몹시 놀랍고 불쾌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동향 파악' 업무 맡은 최 연구관, 국정화 반대 집회 직접 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