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연우아 돌맹이들을 가지고 논다
설현정
"어. 저기 좋은데 있네." 나무 아래 평상이 있어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조카(연우)는 평상 바로 옆에서 개미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내가 개미를 손 위에 올려주자 신기한듯 유심히 살펴본다. 평상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하며 나뭇잎도 보고 꽃도 본다.
처음 보는 곤충들이 꽤 많은데 무섭지도 않은지 덥석 덥석 만지려한다. 개미를 다시 보자 내게 손바닥을 펴 내민다. 좀 전처럼 개미를 손바닥에 올려달라는 뜻이다. 자갈길에서는 장난감 삽을 가지고 돌을 퍼서 옆으로 옮겨 쌓는다. 그리고 몇 개의 마음에 드는 돌들을 손에 꼭 쥔다.
동생이 조금 더 아래로 계곡으로 내려가 보잔다. 차 타고 올라오면서 봤던 계곡에 돗자리를 폈다. 동생은 조카를 안고 계곡으로 갔다. 나랑 은주(올케)는 앉아서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봤다. 조카는 계곡에서 아빠가 내민 장난감 양동이로 물을 퍼 담았다가 계곡에 도로 붓기를 반복한다.
"야! 물고기가 있네!" 동생이 와 보라고 손짓을 한다. 올챙이의 모양의 물고기가 있다. 연우는 물이 얼음처럼 차가운데도 차갑다는 말 한마디 없이 물고기를 잡았다 놓아 줬다 하며 논다. 계곡 물은 물병에 담으면 생수로 보일 만큼 맑았다.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환했다. 모든 일상과 완전한 단절, 시원한 숲과 맑은 물 속에서 머리 속이 맑아졌다.
나는 돗자리에 앉아서 세 식구가 자연 속에서 보내고 있는 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데 은주도 아빠와 아들 두 사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같은 순간을 다른 위치에서 찍고 있다.
여기서 찍은 순간과 거기서 찍은 순간은 같다. 이 순간은 이 사진 속에서 영원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오지는 않는다. 모래 시계에서 시간이 빠져나가듯 우리의 시간들도 그렇게 빠져나가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면서도 한 없이 아쉬웠다.
연우는 그렇게 한참이나 물고기들과 시간을 보냈다. 아빠가 집에 가자고 말하자 "놔둬~~" 하며 안가겠다는 표현을 분명히 한다. "그럼 여기서 있어." 라고 말하니 "응!" 하며 고개까지 끄덕인다. 결국 엄마 아빠가 먼저 가는 모습을 취하니 "잉~" 울면서 따라 나섰다.
엄마, 아빠가 아이의 겨드랑이 사이에서 손을 빼고 아이를 내려 놓으면, 아이는 그 자리에 발을 디딘다. 그리고 그 자리가 아이의 세상이 된다. 조카는 오늘 부모가 내려 놓은 세상을 부지런히 탐색하고 느꼈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진지하게 열심히 몰두했다.
숲에서는 나무들과 꽃들과 곤충들과 자갈길에서는 각양각색의 돌들과 계곡에서는 차가운 물과 작은 물고기들과 친구가 되었다. 그러니 한 생명에게 부모가 내려놓는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저녁에는 '공지천 별빛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