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뉴스타파> 기자
이영광
-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되어 갑니다. 지난 1년 어떻게 보내셨어요?"1년이 지났는데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전히 광화문 광장에 나와 있습니다. '진실을 제대로 알고 싶다, 진실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특별법 만들자'며 싸워서 만들어진 특조위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습니다. 왜 이런 상황이 됐는냐를 놓고 삭발하고 다시 도보행진하는 유가족들을 보면, 1년 전, 적어도 작년 여름 특별법 때문에 힘들었던 그 국면에서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죠.
작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 처음 한두 달 정도 언론이나 SNS상에서 보인 사람들의 정서는 이랬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나, 너무 안타깝다, 이 참사 이전과 이후는 확 달라져야 하지 않나'. 보수나 진보를 떠나 이런 얘기들에 온 국민이 공감한 상황이었죠. 지금 와서 보면 그때의 그런 감정들은 다 어디 갔는지. 국민들이 세월호 이슈에서 나뉘어져 있는 것 같아요.
1년 전에는 1년 후가 이런 모습일 거라고 상상조차 못했어요. 비록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은 평생 아파하게 될 참사이죠. 하지만 사고 원인, 구조 무능에 대한 책임자 처벌 등으로 그들의 한이 어느 정도는 보듬어질 만한 조치들이 취해져서, 1년 후엔 그나마 마음에 위안을 얻고 겉으로나마 일상으로 돌아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보시다시피 지금 전혀 그렇지 못하죠. 보기에 따라선 오히려 그때보다 더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 유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구나'란 생각이 많이 들어요."
- 세월로 참사로 인해 우리 사회 갖가지 문제가 드러났어요. 그중에 언론은 '기레기'라는 모욕적인 말까지들 들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언론이 달라졌다고 보세요?"크게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당시 가장 큰 문제가 '받아쓰기'였죠. '전원이 구조됐다, 구조를 위해 몇천 명이 동원됐다, 잠수사가 몇백 명 들어갔다'는 식으로 정부가 발표한 숫자에만 의존한 오보들이 잇달았어요. 그리고 '유가족들이 받을 보험금이 얼마더라, 가족들의 욕심이 잠수사를 사망하게 만들었다' 등 다시 돌아봐도 심각한 보도들이 굉장히 많았죠. 반면 현장에 있는 유족들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을 하지 않았고요. 또 가족들이 내 자식 살려달라는데 정부가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구르며 엉엉 우는 모습만 찾아 카메라를 들이대는 등 취재원의 마음 상태 등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는 선정적 보도도 많았죠.
그 뒤로 1년이 지나는 사이에, 그나마 방송기자들은 조금은 달라졌어요. 재난 현장에서 피해자들이 울부짖고 있는데 카메라를 마구 들이대는 모습은 사라져가고 있어요.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게, 어떤 취재를 통해서 보도라는 결과가 나오게 되는 양태거든요. 결과물로 나오는 보도로만 본다면 1년 사이에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사태의 본질과 무관한 부분을 키워 물타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당시로 보면 '구원파'와 '유병언' 이슈였습니다. 정부 혹은 정부에 충성하는 검찰 조직이 세월호 참사의 여파를 최소화 시키기 위해, 다른 흐름으로 몰아가기 위해 약간의 소스를 던져준 것을, 거의 모든 언론사가 달라붙었죠. 그래서 '세월호=유병언' 식의 흐름을 형성해버린 기간이 있었죠. 지금 와서 돌아보면 모든 언론사들이 굉장히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유병언과 구원파가 세월호 참사의 본질과 어떤 연관이 있기에 그 난리를 치며 한두 달을 끌며 보도를 쏟아낸 건인지.... 지상파나 종편, 지면 매체들 할 것 없이 다 마찬가지였죠.
결국 세월호 참사의 핵심적인 흐름을 찾아 보도하는 역할을 그때나 지금이나 하지 못하고 있어요. 오히려 핵심을 비껴가도록 만들어진 이슈에 모두가 달라붙는 모습이 계속된 것 같아요. 최근 해수부가 발표한 배보상금 추정액수, '학생은 8억, 누구는 10억' 식으로 쏟아진 보도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이 보도들은 참사 초기에 잠수사들 몇백 명이 들어갔다는 식의 받아쓰기 보도와 다를 바가 없다고 봐요."
- '받아쓰기'를 언급하셨는데 일부는 "사고 지점이 바다 한가운데라서 정부 자료를 받아 쓸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던데?"속보를 써야 하는 언론사 기자들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팩트로서 일단 신뢰할 수 있는 게 정부가 주는 자료인 건 일정 정도 맞이요. 그런데 이번 참사는 너무나도 큰 참사였기 때문에 거의 모든 언론사 기자들이 현장에 가 있었다는 거죠.
보통 참사에서는 기자들보다도 피해자 가족들이 구조 당국과 긴밀하게 소통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 상황과 관련해서 현장에서 듣고 파악한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뭔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답답하니까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이야기했죠. 본인들이 직접 들은 이야기와 언론에 나오는 게 다르니까 구조 작업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보려고 직접 배를 띄워서 침몰 현장에 나가기까지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구조 작업 모습이 안 보여서 이 얘길 또 언론사 기자들에게 전달했죠. 그랬으면 적어도, 정부에 설명한 내용을 중심으로 놓더라도 배를 직접 띄워 현장을 둘러본 가족들은 다르게 말했다는 내용을 병렬로 세워줄 수는 있었어야 했다는 거죠. 돌이켜보자면 이게 제일 아픈 부분이죠. 그러면서 '기레기'라는 별명을 얻게 되고 심지어 일부 기자들이 가족들에게 폭행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봐요."
- 공영방송의 보도는 어떻게 평가하세요?"KBS 강나루 기자가 울면서 반성하던 모습 안에 많은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고 봐요. 모든 언론사는 데스크와 현장 기자들 사이에 기본적인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데스크들은 사내에 앉아서 통신사나 타사 1보 기사들을 서치하면서 감을 잡아요. 반면 현장기자들은 전체적인 기사 동향을 파악하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취재한 내용 가운데 '이건 좀 다른데?'하는 내용을 파악해 데스크에 보고하게 되죠.
그런데 데스크들은 타사가 비슷하게 보도하는데 자기들만 조금 다르게 보도하는 것을 불안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자기가 보낸 기자보다 타사 기자들을 더 믿는 꼴이 되는 거죠. 공영방송들은 전국적인 취재망, 타사와 비교되지 않는 취재진 숫자를 확보하고 있잖아요. 이런 인프라를 갖고 여타 언론사들과 똑같은 취재와 보도 양태를 보였다는 건, 시청자들에겐 더욱 치명적인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음모론 보도한 대안매체, 전략적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