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 씨와 황용운 씨가 제주 선흘리 소를 키우던 우사에서 폐자제를 옮기며 짐을 정리하고 있다.
유성호
지난 3월 초, 제주시 선흘리 삼거리에 위치한 '공존공간 선흘창고'에서 이 둘을 만났다. 이들은 이곳을 세월호 '기억공간 re:born', 바람도서관, 팟캐스트 스튜디오 그리고 생활공간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선흘창고는 원래 소를 키우던 우사였다. 공간은 132㎡(40평) 정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이 공간을 범준씨는 3년간 무상으로 빌렸다.
"5년을 졸라서 빌린 거예요. 이 우사가 선흘리 전 이장님 소유예요. 제가 예전에 거문오름에 관련된 책을 쓸 때, 이장님이 거문오름을 잘 아시는 분이라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친해졌어요. 그때부터 제가 이 마을이 정말 마음에 든다고, 빈 집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계속 말씀을 드렸어요.
그런데 이장님이 안 쓰는 우사가 하나 있는데, '미술 작업 하겠다는 사람, 카페 하겠다는 사람들이 와서 빌려달라고 해도 안 빌려줬다, 근데 여기에 도서관을 하면 빌려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도서관이 들어오면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아오고 마을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그렇게 공간을 빌린 게 지난해 10월이었다. 지붕도, 문도 제대로 안 달려 있고, 안에는 낡은 짐들이 쌓여있고... 폐가나 다름없던 공간을 범준씨는 하나하나 고쳐 나갔다.
용운씨는 '아름다운 가게'에 있는 업사이클링 디자인 브랜드 '에코파티 메아리'에서 일하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에코파티 메아리'는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된 물품 가운데 재사용이 어려운 의류 등을 활용해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곳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용운씨는 나중에 40대 중반쯤, 도시를 벗어나 살겠다는 생각은 늘 있었다. 바다가 좋을까, 산이 좋을까. 휴가 때마다 은퇴 후 살고 싶은 곳들을 찾아다녔다. 제주도도 그 중 하나였다.
지난해 5월 18일, 용운씨는 처음으로 연행이라는 걸 당했다. '가만히 있으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세월호 시위에서였다. 41시간을 경찰서에 갇혀 있다 나온 후 지금까지, 용운씨는 머리를 자르지 않고 있다. 그만큼 당시의 경험은 용운씨에게 충격이었다. 그러다 머리도 식힐 겸, 다시 제주를 찾게 된다. 비행기 아래로 푸른 바다가 보였다. 아이들이 가려고 했던 제주 바다.
"그런 질문이 생겼어요.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에코파티 메아리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가 'RE'라고, 제주에서 폐자재를 활용해 가구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을 하고 있어요. 그 선배에게 이런 고민을 이야기 하다가, 제주에 세월호 기억공간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세월호 기억공간, 도서관, 팟캐스트 스튜디오가 '공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