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 '세월호 가족들과 끝까지'영화인들이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앞에서 열린 <철저한 진상규명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영화인 1123인 선언>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민
이 모든 분란의 출발이 고작 <다이빙벨>이라는 다큐 한 편 때문이라면, 어이가 상실되고도 남을 일이다. 그리고 그 시발점이 영화제를 지원해도 모자를 부산시라는 점은 탄식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문화융성'을 주창했던 박근혜 정부가 도리어 세계영화계가 주목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죽이기라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왜 그런지 하나하나 따져 보도록 하자.
지난 23일 정경진 부산시 행정 부시장과 김광회 문화관광 국장이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위원장을 직접 만났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서병수 부산시장의 뜻'이라며 사퇴를 권고 받았다고 한다.
당초 "직접적 사퇴 언급은 없었다"던 부산시는 이 같은 사실이 부산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바로 말을 바꿨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운영 개선과 개혁 추진 필요성에 대한 부산시의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내놓기에 이른다. KNN(송준우 기자)에 보도된 <부산시, 이용관 위원장 사퇴 종용>에 대한 설명자료의 내용을 간추리면 이러하다.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 20주년의 계기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영화제의 과감한 개혁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영화제 개최 초기와 달리 영화제 개최 예산이 매년 121억 원이 이르고 정규 직원 수도 38명에 달하는 등 그 규모가 커졌다. 국내외적으로 영화제의 역할과 책임도 지대해졌다. 부산이 영상산업 도시로 발전하고, 영화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하여야 한다. 영화제가 새로운 비전과 패러다임을 정립해야하는 이유이다."뜬금없이 '일자리 창출'이라니, '창조경제'를 부산국제영화제에까지 심으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가 가상하다. 구체적인 사퇴 권고 이유는 아래와 같다. 여기서, 세 번째 '작품 선정 시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직원 채용 시 공개채용 절차를 그치지 않고 신규인력을 확보함으로써 조직의 폐쇄성이 높아졌다. 둘째, 업무의 긴급성을 들어 사전결재 없이 예산을 집행하는 등 재정운영이 방만하다. 셋째, 프로그래머 활동의 독립성을 유지하고서도 작품성 제고를 위해 (영화제 작품 선정시)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등이다.
특히나 '작품 선정 시 객관성과 투명성'은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영화는 상영하지 않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이례적인 지도 점검으로 영화제 측을 압박한 바 있다. 그러자 <다이빙벨> 논란과 관련한 보복성 감사가 아니냐는 해석이 영화계 안팎에 무성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임명된 직후 이용관 위원장에게 사퇴 압박이 정면으로 가해진 것이다.
논란과 영화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부산시측은 "사퇴 권고는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들은 사람(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있는데, 권고는 없었다니. 부산시의 조삼모사식 대응에도 불구하고, 본질이 변할 것 같진 않다. <다이빙벨> 논란 이후 부산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부산영화제 길들이기'가 그것이다. 2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도 이러한 분위기를 부인하지 않았다.
"부산시 쪽에서 다 내놓고 얘기를 안 한 측면이 있겠지만 결국은 그 영화(<다이빙벨>)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손석희 앵커)"오늘도 영화인들이 성명서를 발표했고요. 실제로 지난해 영화제 기간 중에 부산시에서 상영철회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계에서 이에 대한 보복 조치가 아니냐 라고 보시는 것은 저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현재 부산시에서 저희에게 요청해온 시정 사항에 따르면 그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적하진 않았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부산시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시정하겠다라는 답변만 현재는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부산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즉각 철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