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떨어진 정리해고자 이름쌍용자동차 정리해고무효소송이 원심판결파기환송 선고가 난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한 조합원이 뿌린 정리해고자 이름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이희훈
웬만한 파업은 '목적이 불법'이라고 해버리니, 파업은 늘 '불법파업'이란 멍에를 쓰게 된다.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 반대 파업도 그러했고 2009년 철도노조 파업도 공기업 선진화 정책이라는 정부정책을 반대했다는 것을 주요 문제로 삼았다.
아래 가스공사노조 파업 사건을 다룬 대법원 판결(2003. 7. 22. 선고 2002도7225)을 보면, 파업권을 제한하려는 그 속내가 잘 드러난다.
"경영권과 노동3권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기업의 경제상의 창의와 투자의욕을 훼손시키지 않고 오히려 이를 증진시키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기업이 쇠퇴하고 투자가 줄어들면 근로의 기회가 감소되고 실업이 증가하게 되는 반면, 기업이 잘 되고 새로운 투자가 일어나면 근로자의 지위도 향상되고 새로운 고용도 창출되어 결과적으로 기업과 근로자가 다 함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적이 불법이라고 하면) 근로자들의 노동3권이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과도기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고 투자가 일어나면 더 많은 고용이 창출되고 근로자의 지위가 향상될 수 있으므로 거시적으로 보면 이러한 해석이 오히려 전체 근로자들에게 이익이 되고 국가경제를 발전시키는 길이 된다." 반면 2009년 철도노조 파업 사건에 대한 대전지방법원 2010고단1581 판결은 대법원의 이런 논리를 다음과 같이 비판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노동3권을 제약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이 회복되고 투자가 살아나며 더 많은 고용이 창출된다는 논리는 하나의 공리로서 확립된 것이 아니라 오늘날 논란이 되는 많은 경제이론의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이에 대한 비판이론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이러한 논리는 치밀한 학리적 검증없이 법해석자가 인용할 수 있는 법적 논거라고 볼 수 없다. … 법해석자는 경제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경제 상황과 경제 원리를 법해석의 논거로 채용하는 데에는 최대한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노동법 개정 문제나 정부의 노동, 경제정책 등에 대한 정치 파업을 보자. 오늘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나, 사회적 경제적 지위 개선 문제는 사업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보다 입법이나 정부 정책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훨씬 많다. 법인세 인상 등의 조세개혁, 노동시간 단축과 좋은 일자리 정책요구, 비정규직 보호입법 요구하는 파업이 그렇다.
그런데도 사업장을 벗어나 노동자들이 연대해 하는 정치파업이나, 타 사업장에 대한 연대파업은 모두 '해당 사업장의 사용자가 처분할 수 없는 사항'을 목적으로 하였으므로 불법이라고 한다. 이처럼 정부의 경제정책과 법과 제도들이 노동자에게는 불리하고 사용자들에겐 유리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본은 국가 정책으로 이익을 얻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정치파업으로 일부 손해를 입는다 하더라도 반드시 부당한 것만은 아니다. 더구나 경제정책이나 법제도로 인해 자본이 얻는 이익은 매우 지속적인 데다가 산술적으로도 엄청나게 크다.
노사간에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고 지속적으로 발생·명멸하는 이해관계의 대립을 대등한 노사관계를 기본으로 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서도 정치파업의 정당성은 긍정되어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 전문가위원회는 정부가 채택한 정책이 근로자나 사용자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근로자의 사회·경제적 및 직업적 이해관계를 보호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단결체는 중요한 사회적·경제적 정책 경향에 의해 야기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데 있어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파업 행위에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ILO, Freedom of association and collective bargaining, 81st Session, Report Ⅲ, 1994, para. 165)"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체, 절차, 목적, 수단과 방법 등 정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여전히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의 대상이 되고 해고 등 징계책임을 지게 된다.
파업권 옥죄는 법원, 기업만 살판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