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 관련 답변하는 황우여 장관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와 소속기관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유성호
이제 남은 건 단서 조항 속 "미리 교육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는 표현이다. 황우여 장관은 이 조항을 근거로 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 지정취소에 대해 '동의 또는 부동의'를 표할 수 있으며, 교육감은 장관의 동의-부동의 의사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 역시 수긍하기 어렵다. 앞서 살펴본 자치사무냐 위임사무냐의 구분에서 자치사무에 속하는 것을 교육부 장관이 부동의 한다고 시행하지 못한다면 자치사무라고 할 수도 없고, 이는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를 심각하게 부정하는 위헌적 행태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취소하는 데 있어서 법적인 절차로 규정되어 있는 교육부 장관과의 협의를 의도적으로 거치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서울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교육청은 교육부에 세 차례나 협의를 요청했고, 검토도 하지 않고 반려해 버린 것은 교육부다. 단 한 차례의 협의 테이블도 차리지 않은 책임은 오롯이 협의를 거부한 교육부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즉,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귀책사유가 명백하게 교육부장관에게 있다는 뜻이다.
서울교육청이 교육부의 직권취소 직후 대법원에 '직권취소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할 것을 밝히고, 나아가 "헌법재판소에 서울시교육감과 교육부 장관 간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이런 근거들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정부법률공단·국회입법조사처 모두 아니라는데...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가 교육감의 자치사무이기 때문에 교육부장관이 직권으로 취소하거나 협의 거부 또는 부동의를 표하며 교육감에게 따를 것을 강요하는 것은 현행법 상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을 하는 것이 비단 서울교육청만은 아니다.
정부기관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정부 설립 로펌인 정부법무공단이 있다. 교육부가 이 법무공단에 공식적으로 자율형사립고 지정취소에 관한 권한이 어디에 속하는 것인지 법률 자문을 의뢰했는데, "초중등교육법에 자사고 지정·취소는 교육감이 하도록 규정돼 있고 지정·취소 권한은 교육부 장관이 교육감에게 위임한 권한이 아니라 교육감 자치사무로 교육감의 권한"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부법무공단뿐 아니라 국회입법조사처도 똑같은 의견을 냈다. 야당의 질의에 국회입법조사처도 법무법인 3곳의 법률자문을 받아서 결과를 내놓았는데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시 교육부 장관과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자문을 요구하는 것이지 동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부 훈령은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위배되고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이 외부 변호사들에게 받은 결과 역시 한결같이 "자율형사립고 지정은 교육감 자치사무이므로 교육감에게 권한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정부로펌과 국회입법조사처, 외부변호사들이 연이어 교육감의 손을 들어주자 교육부는 두 가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나가 자율형사립고 지정취소 권한을 교육부 장관에게 귀속시킬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의뢰하는 것이다. 한 법령에 대해 정부기관 사이 해석이 다를 때 최종적으로 유권해석을 내리는 기관이 법제처이므로,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행정부 내 최종적인 결론이 된다. 언론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달 16일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아무리 법제처장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지만 법령에 명시적으로 교육감 권한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을 아니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와 교육계의 중론이다. 황우여 장관 입장에선 법제처 유권해석 의뢰는 잘 되면 좋고, 잘 안 되더라도 물러설 명분을 쌓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황우여 장관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그의 판단으로 대혼란이 초래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판사 출신 장관이 법령까지 무시하며 정권 눈치 본다? 물론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정책적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억지를 부려서는 안 된다. 특히 판사 출신 장관이 법령까지 무시하면서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는다면, 우리 헌법이 규정한 전문성과 자주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교육부장관이 서울교육청과 자율형사립고 사이에 이루어지고 있는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보지 않고 직권취소를 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서울교육청이 세 차례나 요청한 협의를 무시하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마저 저버린 것은 국민들에게 교육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대단히 무책임하고 비교육적인 처사다.
마지막으로, 최종 유권해석 기관인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하였으면 그 결과를 기다려서 그에 따라서 직권취소를 하든, 수용을 하든 해야 할 텐데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직권취소를 해버리면 어쩌자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만약, 법제처에서도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다고 유권해석을 하면 그때는 어찌할 것인가?
이 모든 혼란과 불신의 책임은 황우여 장관에게 있다. 지금이라도 판사출신답게 정부법무법인, 국회입법조사처, 그리고 수많은 외부 법률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직권취소를 취소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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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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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출신 황우여 장관이 내린 결정,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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