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용어사전세입자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정보들을 쉽게 풀어 정리한 사전
한국여성민우회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노하우나 정보가 없어도 괜찮게 살 수 있는 국가 안전망, 바로 주거복지제도이다. 공공임대주택과 주거급여는 대표적인 주거복지제도이다. 하지만 두 제도 모두 특정한 자격을 만족시키는 이들만 이용할 수 있다.
그럼 자격 밖의 사람들은? 결국 돈을 벌어 내 집을 사야만 세입자의 설움을 벗어날 수 있다는 걸까? 사실 현행 제도는 이런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설계되어 있다. 박근혜 정부 주거정책의 주된 목적은 '매매활성화'이고, 대표적인 주거복지제도는 '주거급여 확대'였다. 다른 시나리오는 어떻게 가능할까.
'세입자 말하기대회 - 내가 사는 그 집' 행사장에는 인터뷰이들이 그린 '나의 최악의 집' 단면도와 함께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도 전시되었다. 그 중 한 문장이 의미심장했다.
'세입자는 삶의 안정감 같은 감각을 경험할 수가 없다. 마치 비정규직 같은 느낌.' 비정규직 노동자가 겪는 삶의 불안은 단지 고용 기간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용에 대한 결정권이 사용자에게 있고 그 결정권을 너무 자주 행사할 수 있으니 자연히 사용자에게 유리한 힘의 역학이 생긴다. 그 역학 관계 안에서 노동 조건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이 불안정한 이유다.
세입자도 같다. 집주인은 2년마다 집세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재계약은 어렵다. 이 결정권이 집주인에게 있고,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협상들은 모두 이 그늘 아래서 벌어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세입자는 약자가 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은 우리 모두의 일결국 주거복지의 시작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일 수밖에 없다. 세입자인 우리가 임대차등록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같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노력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임대료를 5% 이상은 올릴 수 없다고 정해져 있다. 하지만 판례에서 5% 인상 제한을 계약 기간 중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재계약 시 인상 요구에는 이 제한이 해당되지 않는다. 결국 인상률 제한은 세입자에게는 있으나마나한 조항인 셈이다.
반면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월세에 한해서는 계약을 갱신할 때도 임대료를 9%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월세상한제, 계약 후 5년 동안은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건물주가 거부하지 못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이 포함되어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도 달라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
현행 주거복지 제도의 차별적 요소도 개선해야 한다.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만큼 1인 가구 전용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등 제도적 대응도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1인 가구여도 현실적으로는 1인 가구가 아닌 사람들도 있다. 혼인과 혈연만을 가족 구성의 조건으로 인정하는 현행 법 안에서는 그 외의 계기로 가족을 구성한 공동체 가족은 각각의 구성원이 1인 가구로 집계될 뿐, 가족인 상황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행 공공임대주택 제도 역시 이런 사각지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데, 공동체 가구에도 공공임대주택 신청 자격을 부여하는 등의 개선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이 우리는 저출산 대책으로 싱글세를 운운하는 정부를 가진 국민이기에 이 부분을 더욱 주시해야 한다.
이런 제도적 변화는 결국 성평등복지라는 새로운 의제를 주거복지 영역에도 적극 반영해야 가능한 일들이다. 이제까지 '복지'는 사회 약자들을 돕는 제도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복지'는 사회약자를 만들어내는 구조에 대해 질문하고, 누군가를 약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무엇이 기본권이 되어야 하는지를 합의해 가는 과정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그 과정은 성평등의 관점으로 진행되어야 근본적인 의미에서의 '복지'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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