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세가족 자살 사건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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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실이 알려지자, 복지와 일자리 정책의 문제점을 거론하던 보수신문과 경제지의 논조가 확 바뀌기 시작했다. '경매 과욕'과 '무리한 투자'가 원인이라며, 다니던 회사에서 받던 월급 210만 원 정도면 생활은 가능하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한마디로 개인의 과욕이 참사를 불러 왔다는 지적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들이 망자가 되었다고 해도 '과욕'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더구나 피지도 못하고 꺾인 12살 딸과, 망자의 집에 전세로 살다가 전세금도 못 받고 선순위 채권 은행에 의해 거리로 내몰릴 전세세입자를 생각한다면, 다시 살려서라도 책임을 물어야 응당한 일이다.
그렇다면, 망자에게 화살을 돌리면 그만인 걸까? '지금이 부동산 투자에 최적기', '집값 오름세'라고 연일 투자를 권해왔던 보수언론과 경제지를 비롯해 이자를 낮추고 대출을 쉽게 만들어 돈 빌려 줄 테니 집을 사라고 부추겼던 '이명박근혜' 정권, 집값 한 번 오르면 그깟 은행 이자가 대수냐며 담보 대출을 부추긴 은행들... 이들 모두 공범이다. 어른들의 죽음은 자살일지 모르지만, 12살 아이는 부모의 탐욕과 탐욕을 부추긴 세력들에게 희생당한 피해자다.
부동산 투자의 환상을 가지고 '경매→낙찰→전세+은행대출→경매'로 반복되는 재산 불리기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평행선처럼 따라 붙는 어두운 그림자를 보게 된다.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는 '대출 권유와 집값 띄우기' 정책이 그것이다. 어쩌면 이들 부부는 이명박근혜 정권 부동산 정책을 철저하게 맹신한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른다. 집사라니까 집사고, 대출 받으라니까 대출을 겁내지 않았던 15채 빌라 소유 자산가이자, 빚에 눌려 죽어간 하우스푸어... 이들 부부의 종말을 개인의 탐욕만으로 치부해서 안 되는 이유는, 현 정부가 여전히 이런 정책을 무한 반복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1000조... 얼마나 더 죽기를 바라나 "향후 소득이 예상되는 취업준비생과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으로 내년 1월부터 1년간 신청을 받아 연 2%의 저리로 매월 30만 원씩 최대 2년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 JTBC인천 모녀가 연탄불을 피우고 죽어간 10월 30일, 정부는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결국 저금리로 월세 비용을 빌려주겠다는 건데, 안 그래도 마이너스 인생을 사는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폭탄이 될 수 있는 정책이다. 혹 이 정의 도움을 받은 서민이 대출금을 못 갚아 또다시 방안에서 연탄불을 피운다면 그때도 이들이 무능만 탓할 것인가.
1천조가 넘는 가계 부채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전월세가 폭등해도 대출, 집 사라고 대출, 반값 등록금 대신 학자금 대출을 권한 정부. 어이가 없는 건 먹고 살기 힘든 영세 상인에게 시계 풀어주며 미소금융을 찾아 가라는 대통령도 있었다는 거다. 2007년 말 665조였던 가계 부채 규모가 7년 만에 1040조를 넘긴 배경엔 온갖 민생 요구를 대출로 무마시킨 이명박근혜 정부가 있다. 대출은 쉽게, 그러나 갚을 방법은 절대 안 알려주는 정권. 서민을 위한 정권이라면 이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