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에 앞서 화재참사 현장에 붙인 현수막.
전국연대
14명의 여성의 목숨을 앗아간 군산 개복동 유흥주점은 11년 동안 화재가 난 모습 그대로 방치되었고, 이 지역은 슬럼화 되어 갔다.
참사 이후 군산시와 유가족, 지역 여성단체는 이 공간을 지역과 여성을 위해 의미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협의해 왔다. 그리고 2011년 군산시는 청소년 문화공간 조성을 이유로 경매에 나온 이 건물을 낙찰받는 형식으로 인수했다. 개복동 화재 참사 유가족들도 여성인권을 위해 쓰여지기 바란다며 재판 종료 후 받은 건물배당금을 군산시에 기부했다.
그런데 군산시는 이 공간의 활용 방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합의도 하지 않은 채, 건물의 안전성을 이유로 2013년 2월 26일 철거했다. 지역단체와 전국연대는 대안 마련에 대한 합의 없이 건물을 철거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과 아동에게 안전하고 지역주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도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역사적인 사건으로 후대에 경종을 울릴 만한 공간과 지역, 사물 등을 없애버리는 대신 오히려 살려냄으로써 기억하고, 함께 숨쉬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군산시는 이런 기회를 날려버렸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상과 갇힌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피해자들은 지금도 전국의 수많은 성매매 현장에 있다.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공간을 모른 척 그냥 허물어 버린다고 그들의 아픔과 고통이 사라지거나 치유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삶을 삭제하지 않고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아픔을 함께 기억하고 다짐하면 현실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전국연대는 지난 2006년부터 매년 9월 민들레순례단을 조직하여 전국 순례를 해왔다. 올해 9월에도 전국의 활동가와 지역사회가 '민들레 순례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군산개복동, 대명동 일대를 순례하고 추모제 및 캠페인을 진행했다.
한편, 개복동의 의미를 지키고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 되길 바라며 2013년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전국연대는 함께 개복동건물추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성매매방지법 10년인 올해는 특히, 성매매 공간에서 목숨을 잃은 무수한 여성들을 기리며 그 여성들의 마지막 자리를 잊지 않기 위해 지역 작가와 함께 조형물을 제작하였다.
이 조형물은 당시 척박한 세상을 살아간 이름도 밝히지 못한 수많은 여성들의 죽음과 성매매 여성들이 겪은 폭력의 역사(창살)를 기억하면서 아픔과 상처를 회복하고 미래를 향해 날아가는 희망(나비)의 내용을 형상화했다. 그러나 지난 9월 23일 개복동 건물이 헐린 자리에 설치 예정이었던 조형물은 주민들의 오해와 반대로 설치되지 못했다.
건물이 사라진다고 역사와 기억이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비록 건물은 철거되어 잔디만 무성해졌지만 빠른 시일 내에 군산시와 그동안 함께 이야기 해왔던 '여성인권의 공간(지역사회와 청소년들의 문화공간)' 형태로 새로운 대안 공간이 이 자리에 다시 세워져야 한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 폭력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는 종이학의 염원을 담아,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성매매여성에 대한 착취와 폭력에 맞서면서 '인권과 평화의 공간'이 새롭게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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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전국 12개 지역 반성매매운동을 위한 여성인권단체들의 연대체입니다. 여성과 약자에 대한 착취에 반대하고 성매매여성의 비범죄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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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명 죽은 이곳... 철거한다고 기억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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