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길오대산 선재길
곽동운
10년 전 일로 기억한다. 당시 필자는 여자 친구와 심하게 다투었고, 화가 난 나머지 도망치듯 강원도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분이 풀리지 않아 버스 안에서도 '씩씩' 거렸다.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에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할 정도였다.
버스에서 내린 곳은 평창군에 있는 오대산이었다. 그 전부터 오대산에 가려고 단단히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그런 준비과정이 무색할 정도로 필자는 '멘탈 붕괴' 상태로 월정사 부근에 도착했던 것이다. 사찰에 들어서도 씩씩거렸던 걸로 기억한다. 산행을 하면서도 씩씩거렸다.
서로 다툴 수도 있고,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게 사랑 아닌가? 갈등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닐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안주거리'도 안 될 만큼 사소한 다툼이었지만 당시는 상당히 심각했다. 월정사를 지나 상원사로 방향을 잡을 때까지도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길을 터벅터벅 걸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