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아현동 쓰리룸에서 집밥 모임과 함께 공연이 열리고 있다.
아현동 쓰리룸
"아무래도 여기 사는 사람들이 뮤지션이다 보니까 친구들이 오면 '노래 한 곡씩 해 달라' 그랬는데, 해보니까 괜찮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공연이라는 건 공연장에서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그때 깨졌어요." 부산 출신 아름(30)은 공연을 보기 위해 쓰리룸을 찾았다. 지난 2월, 서울에 있는 직장에 합격해 무작정 상경했다는 그는 이전부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인디뮤지션 '피터아저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서울 오자마자 딱 와보고, 그 후부터는 웬만하면 시간 되면 왔어요. 여기에서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났죠." "같은 지역 안 살아도, 밥과 음악만 있으면 공동체"밥과 공연이 함께하는 '목요일엔 집밥'은 '홈메이드 콘서트'로 진화했다. 그동안 성북동 가정식 병원, 계동 게스트 하우스, 홍지동 가정집 등 지역의 작은 공간에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콘서트'를 진행했다. 10월에는 매주 공연이 예정돼 있다. 얼마 전에는 부산에도 다녀왔다. 공연 기획과 준비는 휘재와 혜리가 함께 한다.
"인디뮤지션들이 공연할 장소가 그렇게 많지가 않잖아요. 공연을 해도 사람들이 많이 안 오고. 그럴 바에야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로 들어가서 공연장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문화예술을 통해서 마을 커뮤니티도 활성화 시키고요." 오후 8시쯤 되자, 문수(30), 지훈(32), 용덕(32)이 함께 도착했다. 퇴근 후 근처 시장에서 전과 튀김을 사오느라 늦었단다. 역시 쓰리룸 집밥 모임에서 만난 세 사람은 '친절한 이웃'이라는 팀을 결성해 단편 영화를 찍고 있다. 각자 생업을 하면서도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난다.
탁자에 각자 사온 음식이 한 상 가득 놓였다. 떡볶이, 순대, 만두, 전, 튀김... 젓가락이 바빠진다. 요리를 좋아하는 성진은 믹서기에 바나나를 부지런히 갈아 막바사(막걸리+바나나+사이다)를 만들었다. 갈색 페트병에 담아온 수제 맥주도 꺼냈다. 직접 만든 거란다.
허기를 채우자, 혜리가 케이크를 꺼냈다. 지난 8월 말이 지훈의 생일이었다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초를 끄고. 그동안 못 떨었던 수다가 이어진다. 공통 분모는 주로 음악이다.
오늘 모인 여섯 명 가운데 아현동 주민은 휘재 한 사람뿐이다.
"요즘 마을공동체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마을공동체라는 건 오랫동안 거주를 해야 하는데 서울에서는, 특히 젊은 세대들은 정주를 하기가 어렵잖아요. 지난 1년 반 동안 이런저런 활동들을 해보면서 내린 결론은, 굳이 공동체라는 거에 이제는 지역성이라는 걸 갖다 붙일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일 수 있는 매개만 있으면 공동체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저희들도 처음에는 전부 타인이었는데 밥과 음악이라는 걸 매개로 커뮤니티가 되었잖아요."아현동에 모인 휘재와 친구들은 또 다른 작당 모의를 하고 있다. 이름하여 '언뜻 가게'. 쓰리룸 옆 건물 1층에 있는 빈 가게 '풍년 쌀 상회'를 커뮤니티 공간 겸 작업실로 만들었다. 임대료는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출자자가 7명인 것을 감안하면 그리 부담되지 않는 금액이다. 이곳에서 누군가는 요리를 하고, 누군가는 커피를 내리고, 누군가는 재봉틀을 돌리고, 또 누군가는 주민들을 위한 꽃수업을 할 예정이다. 동네 아이들과 함께 노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