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리본 훼손 시도하는 '서북청년단 재건위''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참사 추모 노란리본을 강제철거하겠다며 서울시청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우성
역설적이지만 이는 결국 서청재건위의 정체성이 '반공'에 있지 않음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비록 그들은 좌파척결을 운운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북한은 더 이상 좌파가 아니다. 아니, 좌파라고 하더라도 관심 밖이다. 그들에게 진정한 좌파는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그리고 현 정권에 비판적인 이들을 뭉뚱그려 부르는 명칭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그들은 왜 하필 뭇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북청년단을 불러낸 것일까? 설마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서북청년단이 의미하는 바를 몰랐을까?
처음 그들이 서북청년단의 재건을 외치며 광화문에 나타났을 때, 많은 이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몇몇 극우인사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식인들에게 서북청년단은 하나의 금기이기 때문이다.
비록 대한민국 건국과 좌파 축출이라는 그들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더라도, 서북청년단을 대놓고 지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제주 4·3항쟁 등에서 죄 없는 양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던 그들의 만행은 우리의 불행한 역사 속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을 지지한다면 그것은 곧 자기 자신이 반인륜적이고 반문명적임을 자인하는 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북청년단을 기어이 호명해냈다. 진보는 물론이요 보수진영에서마저도 부담스러워 할 것이 빤한데 스스로를 기꺼이 서북청년단이라 불렀다. 정작 북한 고위대표단이 입국했을 땐 명함도 내밀지 못하면서 서북청년단을 운운하는 그들.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서북청년단의 패륜, 그들에겐 중요하지 않았다다음은 서청재건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측되는 서적 <서북청년회가 겪은 건국과 6·25>을 출판한 '건국이념보급회'의 김효선 사무총장이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청재건위에 대해 한 말이다.
"테러만 난무하지 않을 뿐 혼란상이나 좌우대립은 다르지 않다.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법치가 실종되었다. 광화문을 몇 달간 점거하고 농성하는 것을 보면서 일반 국민들은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익진영도 말없이 침묵하고 있다. 소리를 안 낸다고 생각도 없는 것은 아니다. 소수의 좌파 사람들만 그악스럽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우리라도 나서서 뭔가 말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사람들이 모인 것으로 본다."결국 현재 서청재건위가 서북청년단을 다시금 불러낸 것은 작금의 상황을 해방정국과 같은 좌우대립의 혼란한 시절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산주의에 반대했던 서북청년단의 반공 이념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이 지지하는 국가권력에 맞서는 세력들을 국가를 대신해 무자비하게 처단했던 위상 때문에 서북청년단을 불러내었다.
비록 역사는 서북청년단을 패륜적인 단체로 기록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아직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우리 역사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며,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북청년단의 만행이 아니라 그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방정국과 같은 혼란기에는 백색테러나 적색테러 모두 나름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서북청년단의 행위가 만행으로 규정된 것은 결국 그 혼란기가 지난 이후의 일일 뿐이다.
따라서 그들은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북한의 실세들에게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더욱 중요한 타도의 대상은 정부에 맞서 세월호 특별법을 주장하는 유족들이며, 그들을 지지하는 시민사회이다. 이들이야말로 국가의 법치주의를 흔드는 '종북좌파', 즉 내부의 적이기 때문이다.
서북청년단이 가지고 있는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