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내놓은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9·1 부동산대책) 설명 자료.
국토교통부
이번 주택 정책을 보면 정부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과 같다. 정부는 나라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규제만 풀어 건설사와 건설자재 회사에 아파트를 짓는 큰 일감을 주었다. 또 집 주인에게 양도차익을, 투자자에게는 좋은 투자처를 제공하였으며, 은행에는 가계대출을 늘리고, 중개업소에는 중개수수료를 벌 수 있는 문을 열어 주었다.
어디 이뿐인가. 재건축 기준 완화로 이사 업체와 인테리어 업자 그리고 건설노동자의 일감도 늘 것이다. 정부가 거두는 세금도 늘 것이다. 정부는 위 경제 주체들의 경제 활동을 통해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종합소득세를 새로 받을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취득세와 재산세가 증가할 것이다. 나아가 신문과 방송은 주택 분양광고를 실어 광고 수익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건, 이번 정책으로 경제 활성화가 이뤄졌을 때의 이야기지만.
이렇듯 나라 돈 한 푼 안 쓰고 산업간 연관 효과가 큰 경제활동인 주택경기가 활성화 된다면, 합리적인 경제 행위로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이 정책의 뒤안길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 내 집을 갖지 못한 세입자들이다.
아파트 재건축이 시작되면 정이 들었던 보금자리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파트가 낡아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에 입주했던 세입자들은 주변으로 이사해야 한다. 그러나 재건축으로 세입자들이 몰리면 안 그래도 비싼 전월세 가격이 더 크게 오른다. 조금이라도 더 싼 전월세를 찾아 떠나야 한다. 새로운 타향살이의 시작이다.
재건축 상가세입자들도 마찬가지다. 영업기반을 뒀던 아파트가 재건축이 되면 그 곳을 떠나야 한다. 재건축이 된 후에는 새 아파트상가여서 임대료가 많이 오르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기가 어렵다. 낯선 곳에서 새롭게 장사를 시작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재건축 추진 경축'이라는 아파트 단지의 플래카드를 대하는 사람들이, '돈벌이'가 됐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아파트 소유자와 '이사 걱정'으로 한숨을 지어야 하는 '세입자'로 갈리게 되는 것이다. 선출직 지방의원이나 국회의원도 해당 지역구를 떠나는 세입자들에 대해서는 무심해진다. 부의 축적에서 소외된 세입자들, 오히려 피해자가 된 세입자들…. 서러움이 몰려온다.
주택 가격 올리는 정책과 이해집단, 그리고 선거와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