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앞 바다를 내다보며 호령하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진도대교 근처에 세워져 있습니다.
최병성
영화 <명량>이 한국 영화사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개봉 이틀 만에 역대 최단 100만 관객 돌파를 시작으로 10일 만에 800만 명 돌파, 12일 만에 최단 1000만 관객을 기록했습니다.
<명량>은 겨우 12척의 배로 330척에 이르는 왜군을 물리쳐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을 그린 영화입니다. 1597년 임진왜란 6년, 왜군에 의해 나라가 위태로워지자 누명을 쓰고 파면 당했던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되었습니다.
이순신에게 남은 건 12척의 배뿐이었습니다. 파죽지세로 조선을 집어삼키던 왜군은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패함으로써 조선 정벌의 야욕을 포기하고 물러나야 했습니다. 만약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일제의 한반도 지배는 300년 더 빨리 시작됐을 테고, 이 땅은 어떻게 변했을지 모른다고 역사가들은 말합니다.
이순신 장군처럼 아이들을 구했다면...진도대교를 건너면 칼을 들고 호령하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 진도 앞 바다가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물리친 곳입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바라보니, 왜군에 맞서 진격을 외치는 이순신 장군의 힘찬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물리친 그 진도 앞 바다에서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300여 명의 생명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330척의 배로 구름처럼 몰려오는 왜군에 맞서 이순신 장군은 겨우 12척의 배로 나라를 구했습니다. 목숨 건 싸움을 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똑같은 바다에서 해경은 수백 명의 아이들과 승객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만 봤습니다. 헬기와 특공대까지 투입한 해경과 해군이 세월호에 갇힌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이순신 장군처럼 목숨 걸고 노력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없습니다.
구조할 시간이 충분했는데, 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않았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됩니다. 불법 조업하며 날카로운 쇠창살을 휘두르는 중국 어선들을 목숨 걸고 막아내던 용감한 해경이, 어떻게 아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구경하는 겁쟁이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