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진압으로 실신한 예지 엄마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사무소 앞에서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세월호 유가족들이 청와대로 이동하려하자 경찰이 이를 저지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유가족의 사지를 들어 끌어내자 유가족이 부상을 당해 쓰러져 있다.
이희훈
[4신 : 14일 오후 2시 20분] "진실을 감추기 위한 모든 시도 포기하라" '总统不回答父母的悲哀(대통령이 부모의 슬픔에 응답하지 않는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건너편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목 앞, 밤새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들고 있는 종이에 중국어가 한 줄 적혀 있다. 청와대로 가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유가족을 보면서 "他们干吗?(이 사람들 뭐 하는 거야?)"라고 관심을 보이자, 중국어를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같은 시각, 서울공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영접하고 있었다.
"아이들 살려낼 수 없다면 특별법 제정을 결단하라" 이들 유가족 10여 명은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앞에서 꼬박 24시간 동안 고립된 채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야 했다. 전날(13일) 오전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자 청와대로 들어가려 했지만, 경찰은 '철벽'을 쌓고 이들의 이동을 막아섰다. 심지어 일부 유가족은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으로 인해 실신을 하거나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이들의 '1인 시위' 역시 당연하다는 듯 허용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14일 오전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다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용은 전날 기자회견 때와 동일했다. 독립적인 수사권·기소권이 보장된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새롭게 추가된 것도 있다. 유가족에게 계속되고 있는 경찰의 폭력을 그만하라는 요구였다.
세월호 희생자인 고 이경주 학생의 어머니 정병화씨는 "세월호 가족 앞에서 눈물을 보이면서 진상을 밝히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은 어디 있냐"며 "이제는 정말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말했다. 고 이재욱 학생의 어머니도 "대통령에게 재욱이를 살려달라고 하면 살려줄 수 있는가"라며 "(대통령은) 세월호에서 죽은 영혼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새겨들으라"고 호소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대통령에게) '진실을 감추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든 시도를 포기하라'고 전하러 왔지만, 청와대는 우리를 내동댕이쳤다"며 "대통령은 우리 아이들을 살려낼 수 없다면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새누리당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조사하는 일이 어디 있느냐'고 하는데 법학자의 한사람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라며 "유가족이 직접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하겠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법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또 "여야가 합의했던 특별법을 그대로 통과시키면 조사대상인 청와대에게 그 권한을 주는 것이다, 가해자가 수사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국회가) 능력이 없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써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진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안전위원장은 "경찰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경주엄마의 가슴을 가격하고, 예지엄마의 목을 졸라가며 끌어냈다"며 "세월호 유가족은 대한민국이라는 세월호에서 아직 구조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위원장은 또 "세월호 생존자 학생이 보내온 편지에서 '이 미친 나라를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말했다"며 "정말 우리는 아픈 사람들(세월호 유가족)에게 이러면 안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기자회견을 마친 세월호 유가족들은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농성장으로 이동했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경찰이 물리력으로 강제해산하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며 "같은 시각, 국회의장은 유가족들의 단식농성까지 집시법으로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지적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 브리핑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집전하는 시복미사가 전 세계에 중개될 것이고 이 시복미사가 열리는 서울광장에서는 세월호 유족 김영오 씨가 한 달째 단식농성 중"이라며 "전 세계인이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함께 할 것이고 교황께서는 내일 유족들을 면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 대변인은 "이와 반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면담을 요구하는 유족을 폭력으로 진압하고 새누리당은 유족들의 특별법 요구가 불순세력의 개입에 의한 것이라며 매도하고 있다"며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3신: 14일 오전 10시 40분] 청와대 인근 인도 화단에서 노숙농성한 세월호 유족들세월호 사고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며 긴급 기자회견을 했던 세월호 유족들이, 14일 새벽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 인도 화단에서 밤을 새며 노숙농성을 했다.
전날인 13일 오전, "특별법 제정에 대통령이 앞장서달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면담 신청을 위해 청와대로 향하던 중 경찰에 가로막힌 이들은 이후 경찰에게 제지당하는 과정에서 유족 2명이 실신하기도 했다.
이어 오후 4시께 유족들은 시민 40여명과 함께 "대통령님 코앞에서 우리 가족은 공권력의 폭행을 당했다"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후 경찰과 대치를 이어가다 노숙 농성을 한 것이다. 유족들은 "아이들 죽음의 억울함을 풀고 싶다,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1인 시위라도 하게 해달라"며 요청했지만 "(유족들이) 집단으로 움직일 위험이 있다"는 경찰에 막혀 포기했다.
화단에서 담요를 덮고 쪽잠을 잔 유족들은 이어 14일 오전 10시 30분께 다시한번 특별법 제정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면담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 이창현(단원고 2-1)군을 잃은 이남석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유족들이 계속 대화와 면담을 요청하고 있는데도 청와대나 정부 여당은 전혀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늘 오전 한국에 오는 교황님은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분으로 알고 있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만큼 유족들의 요청에 청와대가 답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