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십자가 순례길에 많은 이들이 도움을 줬다. 전주 구간에는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 소속 신부들의 도움이 컸다. 이날 비가 오는 와중에도 송년홍(정의구현 전주교구 대표신부) 신부가 길 안내를 도왔다.
문주현
"유가족들이 우리 대신해 십자가 지고 걷는 것 같다""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들이 왜 죽었는지, 그들을 왜 못 구했는지 그 이유를 아직도 알지 못해요. 많은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지 못했어요. 지금 진실을 규명하지 못하면 언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유가족들이 우리를 대신해 십자가를 짊어지고 걷는 것 같아요"
전주시 삼천동에 사는 정숙렬(여, 46)씨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이호진(56, 고 이승현 학생의 아버지)씨와 이아름(25, 고 이승현 학생의 누나)씨, 김학일(52, 고 김웅기 학생의 아버지)씨의 걸음에 발 맞춰 가며 함께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4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의 손을 잡고 걸음에 함께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그냥 걷는 것이지요. 전북 버스 투쟁도 그랬지만, 진실은 언제나 외면받았어요. 우리의 울분을 풀기만 하면 행정과 자본은 폭력과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몰아세웠죠. 그리고 한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전북 버스노동자들의 현실이 세월호 참사와 다른 것이 있을까요?"사측의 부당해고에 맞서 지난 4월 3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주시내버스 진기승 열사. 그의 죽음 앞에 사측은 '내가 죽었냐?'라며 맞섰고, 진기승 열사가 소속된 노조 지부장인 남상훈씨는 7월 3일부터 18일의 단식을 벌였다. 단식을 풀고 3주일, 아직 복식이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남상훈씨도 이날 오전부터 십자가 순례에 함께하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 전북본부 소속 노동자 약 100여 명이 함께 뒤를 따랐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멋진 아빠·엄마인 노동자들이기에 누구보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릴 터. 이날 점심 100인분은 민주노총이 책임졌다.
"담쟁이 넝쿨처럼 벽이 있다면 반드시 넘을 것입니다"이날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 두 방울 내리던 비는 전주 시내를 지나 완주군 삼례에 위치한 우석대로 순례단이 방향을 잡자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나, 둘 우산을 펴는 이가 있었고, 급한대로 우비를 입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순례 길잡이가 되어 준 문규현 신부와 십자가를 짊어 맨 이호진씨와 김학일씨는 우비를 마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