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7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세월호 특별법 단일안 마련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여야는 오는 13일 본회의를 열고 세월호 특별법과 주요 민생법안을 처리하는데 합의했다.
남소연
486 국회의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통해 출범한 박영선 새정치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도 지난 5일 취임 일성으로 "투쟁 정당 이미지를 벗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 일이 7일 세월호 특별법 백기투항이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요구안은 물론, 자신들이 제시한 절충안조차 제대로 관철하지 못한 야합에 가까웠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싱글벙글했고, 세월호 유가족은 제1야당의 무능과 배신 앞에 또 한 번 깊은 좌절과 절망감으로 치를 떨어야 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발목 잡는 정당 이미지를 없애겠다"며 어르신들에게 '줬다 다시 뺏는' 기만적인 기초연금법을 통과시켜 주었고, 재보선 참패를 반성하고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출범한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회는 세월호 유가족과는 '공감'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새누리당과 '찰떡 공감'하며 세월호 특별법에 백기투항을 했다.
발목잡는 정당·투쟁 정당 이미지는 벗었는지 몰라도 야당 지지자들의 불신과 분노는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그런데도 소속 계파 정치인을 옹호하기 위해 연판장까지 돌리던 486의 결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당내 계파 지키기에 보였던 서슬 퍼런 용기와 투지는 세월호 가족 앞에서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보여준 노선과 행보가 새정치연합 현역의원 90% 이상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정치연합 현역의원의 절대 다수가 여전히 중도개혁론자들이고, 안철수·박영선식 '투쟁 알레르기'가 있는 엘리트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진보 학자·언론인 "486 퇴행, 더 두고 볼 수 없다"7.30 재보선 이후 진보 학자들이 하나 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열렬히 기대했고 지지해왔던 486 정치인들의 역사적인 퇴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는 걱정이 배어나온다.
지난 5일 국회에서는 7.30 재보선 참패 이후 재보선 평가와 야당이 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첫 토론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486 정치인들은 더 이상 미래세력이 아니라 즉시 '퇴출 대상'감이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이제 50줄에 접어들어 더 이상 486이라 불리기도 민망해진 486 정치인들의 실패는 참담하다, 그들은 거의 30년째 학생회장을 하고 있을 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했다"며 "새정치민주연합 내의 진정한 올드보이는 이들보다 10년 쯤 위인 정동영·천정배가 아니라 바로 이들 486"이라고 일갈했다.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486 그룹들은 과거와 미래의 교두보 역할을 하기는커녕 계파 보스들을 뒤치다꺼리하는 아전 정치, 하청 정치에 몰두해 왔다"며 "운동권 선후배로 묶여진 인연을 매개로 패거리 권력화되었고, 지난 19대 총선에서 친소관계에 의한 정실공천(밀어주고 끌어주기)으로 상당수가 국회에 진출하여 더 큰 기득권 집단을 형성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중도파도 아니고 진보파도 아닌 중간에서 힘의 중심 이동에 따라 왔다 갔다 하였으므로 당연히 독자적 가치와 비전을 정립하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김의겸 논설위원은 6일자 칼럼에서 새정치연합 486은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보다도 못한 사람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논설위원은 "이정현이 지리적인 호남의 자식이라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정신적인 광주의 아들들"이라며 "386이 486을 지나 586으로 접어들었건만 무얼 남겼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찬란했던 숭고함은 어디 가고 따분한 무능으로 허벅지살만 붙었다, 이정현의 반만 공부했더라도 지금 누구 하나쯤은 정책통이라는 소리를 들을 법하건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힐난했다.
그는 더 나아가 "이번마저 어물쩍 넘어간다면 다음 총선 때 퇴진 요구에 시달릴 사람들은 중진 의원들이 아니라 486 의원들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정현만도 못한 486... '차라리 정계은퇴하라'야권 어디에도 486을 두둔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동안 절대적 지지그룹이었던 시민단체와 진보적 학자, 진보적 언론에서도 '486 용도폐기론'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이정현 의원이 민정당에 들어갔던 80년대에 독재정권에 맞서 화염병을 던졌던 486 정치인들로서는 이정현과 비교당하는 것 자체가 모욕일 것이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는 더 못한 정치인 취급받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486이 기성정당인 야당 정치에 입문한 시기도 간단치 않다. 얼마 전 한 지인은 "이인영·우상호·임종석과 정동영·천정배가 김대중 총재의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 시기가 고작 2~3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며 "486이 한 10년 정도는 늦게 입문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 긴 세월 동안 486이 기성 정치권에서 보여준 게 뭐냐는 질타가 담겨 있는 말이기도 했다. 이는 486 정치인 본인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뻔뻔하다. 자신들을 미래세력이라고 칭하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진보개혁파 선배 정치인을 올드보이라고 말할 처지도 못 된다는 걸 그들만 모른다. 어쩌면 486이 자신들을 성찰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도록 하는 게 '국민공감혁신'의 첫걸음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486 정치인들은 처신을 분명히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처절하게 반성하고 진보의 깃발을 선명하게 들고 거듭날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계파 수장의 홍위병 역할을 하며 구차하게 정치생명을 연장할 것인지를 결단해야 한다. 진보개혁적인 정치 선배들까지 싸잡아 올드보이로 매도하고, '세대교체'를 주장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민낯을 돌아볼 때다. 자연적인 나이보다 영혼이 너무 늙어버린 '진정한 올드보이'가 아닌지를.
비판이나 비난은 애증이 남아 있다는 다른 표현이다. 지금 야당 정치인들은 국민과 당원이 던지는 비난과 돌멩이 하나라도 귀하고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난조차 아깝다고 침묵하는 순간, 회생이 불가능한 사망선고를 받게 된다.
하여 마지막으로 고언 드린다. 80년대의 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평범한 486세대들에게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게 부끄러운' 사람들로 기억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더 추해지기 전에 깨끗하게 정계은퇴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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