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권 유가족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제가 죄를 졌다면 내 자식에게 죄를 짓고 있다. 딸의 원한을 풀어주고 안전한 나라를 딸의 이름으로 만들고 싶다"며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유성호
김병권. 그는 지금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세월호 사고로 사랑하는 딸 고 김빛나라양을 잃었다. 김빛나라양은 진도 맹골수도 깊은 바닷속에 수장당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250여 명 중 한 명이다.
그는 지금 세월호특별법 제정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대한민국이 누구에게나 안전한 나라가 되기를 원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이 나와야 한다. 어제(23일), 세월호 침몰사고 100일을 맞이해 유가족들이 1박 2일 일정으로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를 출발해 국회를 거쳐 청와대에 이르는 100리 길을 걸으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도보행진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었으리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에 유족 등 피해자가 추천하는 자문단이 참여하고, 특별위가 수사권 및 기소권을 갖고 엄정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일말의 책임을 지고자 하는 정부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이 아닌가. 사람이 있고 국가가 있는 법이다. 법 이전에 사람이 있었다. 법적 원칙과 안전성 이전에 수백 명의 유가족들이 겪는 절망과 아픔을 먼저 어루만지는 게 국가의 책무 아니던가.
그들은 세월호 참사가 잊히는 것을 두려워한다. 무더위 속 단식과 힘겨운 도보행진, 수백만 명이 참여한 서명지를 통해 간절한 외침을 계속하는 이유다. 세월호의 진실이 수장된다면 또 다른 세월호들이 대한민국을 강타할 것이다. '이것도 국가인가'라는 국민들의 분노 서린 물음에 진정성 있는 대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대한민국호는 정녕 침몰할지도 모른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김 대표를 희망 지킴이의 맨 첫 자리에 놓는 이유다.
[희망 지킴이②] 세월호 유가족에 힘이 되는 '앵그리 맘'들앵그리 맘(Angry Mom). 나는 대한민국 희망 지킴이의 두 번째 자리에 이들을 놓으려 한다. 가슴에 대못 박기 식의 막말과 온갖 음해 속에서도 김 대표를 포함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로 하여금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위해 뚜벅뚜벅 발걸음을 내딛게 만드는 '배후'에 이들 앵그림 맘이 굳게 자리잡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머리에 쓰거나 목에 두른 노란 손수건은 시나브로 잊혀져가는 세월호의 아픔을 우리에게 강하게 일깨워 준다.
앵그리 맘의 힘은 이미 여실히 드러났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치러진 6·4 지방선거에서 침몰하는 대한민국 교육에 강한 경고장을 보낸 바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시·도 중 13곳에서 탄생한 진보교육감은 앵그리 맘을 빼놓고선 설명하기 힘든 이례적인 결과였다. 전무후무한 진보교육감 시대는 이들 앵그리 맘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7월 15일, 416개의 노란 상자에 담겨 국회에 전달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청원' 350만 1266명의 서명 역시 이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나는 지난 7월 12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약 1시간에 걸쳐 서울 신촌 이화여대 입구에서 전북 지역 선생님 80여 분과 함께 거리 선전전을 펼쳤다. 정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반대하고 정치권에 교원노조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우리 옆 지하철역 입구에서 전교조 서울지부 소속의 여자 선생님 몇 분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청원 서명을 받고 계셨다. 선생님들은 한시도 쉬지 않고 '세월호 특별법 청원 서명을 해 주세요'를 외쳤다. 후텁지근한 날씨와 갈라지는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가는 시민 한 명 한 명을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서명을 호소했다.
그들의 뜨거운 외침 덕분이었을까. 길을 오가던 수많은 시민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서명대 앞에 줄을 서 기다렸다가 서명을 하고 가는 이도 있었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대생부터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가던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분노하는 엄마'는 강하다는 걸 눈으로 확인한 자리였다. 노란 수건으로 상징되는 앵그리 맘을 희망 지킴이의 두 번째 자리에 놓는 이유다.
[희망 지킴이③] 100리 도보행진 한 생존 학생 43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