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서명운동안성에서도 매일 저녁 5시에서 7시 사이에 광신사거리에서 안성시민단체가 서명을 받고 있다. 이번에 경기도의원에 당선된 김보라 당선자와 '소통과연대' 이주현 대표가 동참하고 있다.
송상호
사고가 터지고 약 한 달간은 주위 모두가 초상집 분위기였다. 방송 예능프로그램과 가요프로그램 등 상당수는 방영이 취소됐다.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도 취소됐다. 그 시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점차 "아직은 일상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라"라는 목소리와 "이만큼 했으니 일상으로 돌아가자"라는 목소리가 대립되기 시작했다. 6·4지방선거가 끝난 뒤 박근혜 대통령께서 이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세월호 사고 여파로 경제가 위축되고 있으니 국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가 경제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라"는 말로.
이때 '월드컵 거리응원전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두고 고민하던 사람들의 고민이 싹 달아난 듯했다. 대통령께서 말씀한 것이 큰 명분이 됐으려나. 각종 포털과 언론에서도 '세월호' 대신 '월드컵'으로 하나둘 내용이 채워져 갔다. 그렇게 '월드컵호'가 부상되면서 '세월호'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축구팀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축구로 봐선 애석한 일이지만, '세월호'로 봐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일이다. 사실상 월드컵 열기도 끝났으니 '세월호'를 살릴 적기가 아닐까.
이제야말로 세월호를 제대로 기억할 때
이렇게 말하고 나니 "그러면 당신은 언제까지나 '세월호'로 인해 우리나라가 초상집 분위기가 되기를 바라는가"라고 반문하실 수 있겠다. 그렇다면 나는 "그건 아니다, 다만 이제부터 할 일이 있다"라고 대답하겠다.
우리는 기억한다. 세월호사고 직후 보수와 진보, 여야를 막론하고 "세월호,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고백한 것을. 그 말의 의미가 각자가 처한 상황과 사상에 따라 다르리라고 본다. 하지만, 적어도 '세월호사건'을 잊지 않겠다는 의지적 결단임에는 틀림없다. 세월호 사고가 단순히 일반 해상사고가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관심가지고 책임져야 할 그 무엇이 있음을 공감하는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다.
세월호 사고 직후 한동안 우리나라 전체가 초상집 분위기였다면, 그건 우리 국민 모두가 감정적으로 세월호를 기억하고 공감한 행위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언제까지나 감정적으로만 기억할 수 없다. 대통령 말씀대로 우리가 책임져야 할 일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그렇다. 이제부터 우리 국민은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세월호를 기억해야 할 때가 됐다.
솔직히 아직 세월호 실종자도 다 찾지 못했다. 세월호 재판도 진행 중이다. 세월호 사고의 한 축으로 거론되는 유병언 회장도 잡지 못했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진상도 아직 밝히지 못했다. 세월호 사고 사후처리가 아직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국민이 이성을 발휘해 감시하고, 지원하고, 비판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