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건강검진 시즌이면 하루 40명 정도의 위내시경 검사를 한 달간 했다. 매일매일 입에 단내가 나는 기분이었고 검진 기계가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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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강남의 유명 검진센터에서 일한 기억이 있다. 단체 건강검진 시즌이면 하루 40명 정도의 위내시경 검사를 한 달간 했다. 매일매일 입에 단내가 나는 기분이었고 검진 기계가 되는 것 같았다. 두 달간만 일하기로 했는데 더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았다. 손발을 맞추는 간호사들도 매일매일 정해진 스케줄을 해결하느라 힘들어 보였다.
검진센터는 장기 근무를 하기에는 보람도 없고 반복적인 업무가 대부분이라 근무 조건이나 환경이 좋은 곳으로 쉽게 옮기는 편이다. 의료민영화의 영향으로 검진 센터들마다 경쟁이 심해지면 일이 더 고달파질 것이고, 의료 인력의 근무 주기는 지금보다 더 짧아질 것인다. 동네의사와 달리 올해 검진센터에서 만난 의사를 내년에 다시 볼 수 없는 이유다.
병원이 백화점이나 호텔처럼 되지 않아야 할 이유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으로 다가올 이런 변화들이 반갑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검진의 목적은 질병의 조기 발견에 있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경우는 위암, 대장암, 간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등이다. 국민보험공단에서 나오는 검진과 대장내시경 검사, 복부 초음파 검사, 갑상선초음파 정도만으로도 조기 발견의 효과는 충분하다. 검진 센터가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CT 검사를 권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둘째, 건강검진으로 얻어지는 병원의 수익은 제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은 치료와 연구를 통해 성장해야 한다. 장례식장과 검진센터의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병원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게 된다(돈이 되는 쪽으로). 셋째, 병원의 수익은 직원들과 지역 사회에 고루 분배되어야 한다. 그래야 직원들의 안정적인 고용 상태를 위해 노력하고 환자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온 힘을 쏟을 수가 있다. 지역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도 일정 정도의 활동과 나눔으로 질병 예방과 재활 향상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넷째, 병원 전달 체계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100명의 환자가 발생한 경우 우선 가까운 1차 병원에서 해결되어야 하고 그중에 문제가 되는 것만 2차, 3차로 의뢰되어야 한다. 100명의 환자가 3차 병원에 몰릴 경우 3차 병원만의 특성은 무시되고 1차 진료의 성격으로 낮아지게 된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남았다. 병원은 병원다워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이 백화점이나 호텔처럼 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아픈 사람들이 충분히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치료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병원은 진료 기록을 5년 동안 보관하고 있다. 사실 5년도 부족하다. 지금도 지역에서는 수십 년 진료를 하고 있는 2차병원, 동네 의원들이 있다. 작고 건강한 병원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질병의 회복이 일방적으로 병원에서 행하는 진료 행위에 있는 게 아니고 상호간의 소통과 합의 속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으로 이 소통이 막히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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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만 40명 내시경, 나는 의사인가 기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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