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채운 월드컵 응원 인파 23일 오전 브라질월드컵 알제리전 응원에 나선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희훈
최종스코어 4:2. 대한민국의 완패였다. 경기 후반 10여 분 전, 손흥민과 지동원의 파울이 이어지는 등 패색이 짙어지자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모두들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23일 한국시간 오전 4시께 시작한 대한민국 대 알제리 경기. H조 2차전, 피파랭킹 57위(한국) 대 22위(알제리)의 싸움은 어쩌면 처음부터 패배가 예견된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시민들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한국 국가대표팀의 공식 서포터즈 '붉은악마'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날 오후부터 서울 광화문과 인천, 울산과 대전 등 전국 거리에서 응원을 준비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인 오전 3시. 광화문 광장 이미 응원을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거리는 온통 한국 승리를 기원하는 응원단과, 태극기를 망토처럼 등에 걸친 시민들로 가득했다. 종로 경찰서 추산 4만 명이 광장에 모인 가운데 치안 유지를 위해 경찰들도 출동했다. 중구 정동사거리에서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약 200m 도로에만 20여 대의 경찰 버스가 서 있었다.
한편에서는 '세월호를 잊지 말자'며 서명을 받는 사람들도 보였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오른쪽에서는 정토회 회원 20여 명이 시민들을 상대로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특별법 제정 촉구 등 천만인 서명'을 받고 있었다. 오전 2시부터 준비했다는 정토회 회원 노옥재(48)씨는 "젊은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두들 서명에 잘 동참해주신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전반전] "아, 이렇게 어이없게 세 골이 먹히다니..." 오전 4시 정각, 드디어 경기가 시작됐다. "대~한민국!" 세종대왕 동상 앞에 설치된 전광판 앞에서 붉은악마 응원단이 북을 울리며 응원을 이끌었다.
전반 13분, 한국의 코너킥 찬스가 오자 골을 바라는 시민들의 함성소리가 광화문에 울려 퍼졌다. 가장 앞자리에 앉아있던 노장명(41, 직장인)씨는 "앞에서 응원하려고 어제 오후 4시부터 와 있었다"며 "오늘 느낌이 좋다, 2:0으로 한국이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반 26분께, 페널티 박스 중앙에서 왼발 슛으로 알제리 선수 이슬람 슬리마니가 첫 득점에 성공했다. 선제골을 먹자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 사이에서는 "아~"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어 2분 뒤인 28분께, 선제골을 빼앗긴 아쉬움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또다시 알제리 측에 두 번째 골을 허용했다.
한국 선수들의 수비가 뚫린 사이 알제리 선수 라피크 할리시가 헤딩슛으로 두 번째 골문을 흔들자, 관중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 첫 골 넣은지 얼마나 됐다고…." 질서 유지를 위해 대기 중이던 경찰들도 화면을 보며 한마디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