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이 있는 안산 단원구 지역 경기도의원에 재선된 양근서, 원미정 당선인.
안산시민신문 제공, 원미정 의원
세월호 참사 피해의 도시 경기도 안산시장 선거에선 박빙으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당선했다. 하지만 시도의원과 비례대표 선거에선 새정치민주연합이 압승했다. 도의원 8개 선거구에선 모두 새정치연합 후보가 당선됐다. 시의원 선거에선 새정치연합이 비례대표를 포함해 21석 중 12석을 가져갔다. 새누리당은 9석을 차지했다.
이 결과는 야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세월호 민심이 투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앵그리맘(분노한 엄마들)'의 표심은 도의회 선거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단원고가 있는 단원구 4개의 선거구에선 여성 후보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당선된 의원들은 기쁨보단 무거운 마음이 앞서는 모습이다. 65명의 희생자가 나온 와동에서 후보로 나선 양근서 도의원 당선인은 "압승을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민심은 달랐다"며 "참사는 정치인 모두의 책임이고 누가 책임이 더 많냐의 차이라는 것이 선거 기간 동안 전달받은 민심이다, 야당도 옐로카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표율이 낮은 것은 정치가 희망을 못 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선거구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교감 선생님을 포함해 5명의 희생자가 산다는 원미정 도의원 당선인은 "고3 딸을 두고 있는 엄마로서 희생자 부모들의 마음이 직접적으로 다가왔었다"며 "같은 심정인 학부모들의 마음이 표에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원 당선인은 "실종자가 남아 있는 상태라, 아직은 애도해야 할 때"라며 "안전과 피해 가족들의 치유에 초점을 맞춰 의정 활동을 펴겠다"고 다짐했다.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두 당선인은 그동안 의정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양 당선인은 생활임금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고,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가 났을 때도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주목받았다. 원 당선인은 주민들과 밀착한 생활정치를 실현해 주민들의 호응을 받았는데, 외국인 노동자 인권 조례를 만드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세월호 피해 지역에서 당선한 두 의원을 지난 7일 각각 만나 선거 과정에서 느낀 민심과 앞으로의 의정활동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양근서 당선인] 늦은 밤 찾아온, 세월호 참사로 딸 잃은 아빠"선거 기간 중에 딱 한 번 술을 마신 적이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이 찾아 왔기 때문입니다."
양 당선인을 찾아온 사람은 영은이 아빠였다. 딸의 목소리가 다른 친구의 휴대폰에 녹음돼 있는 것을 뒤늦게 확인해 뉴스에도 나왔던 유가족이다. 함께 희생된 딸 친구의 가족들이 휴대폰에 녹음돼 있는 다른 학생이 누구인지 찾으려고 노력한 덕분에 딸의 마지막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답답하고 괴로우셨던 것이죠.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도 딸이 없으니 허전하고 견디기 어려워 밤 11시가 넘어서 저를 찾아오셨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선거 슬로건을 결정했습니다."'책임지는 정치, 책임지는 사회'. 양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 내건 구호였다. 희생자 가족들의 바람을 담은 것이다. 자전거로 지역을 도는 조용한 선거운동을 택한 것도 유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양 당선인은 사고 이후 도의회에 '경기도 안전관리 민관협력위원회 구성 및 운영 조례안'을 발의했다. 정부의 재난 대처능력이 부실하고 무책임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경기도에 안전관리위원회가 존재하는 데 1년에 한 번 서면 회의를 하는 형식적인 기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진도 사고현장에 가서 본 정부의 대응은 우왕좌왕의 극치였다. 민간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경험, 인력을 기술적 협력 체계를 구축해 신속하게 대응해야 했는데,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단다. 그저 속수무책으로 가라앉는 배를 보고 있어야 했다. 재난구조에 전문가 기업 참여를 명문화 하고 평시에는 예방활동을 하는 것이 양 당선인이 발의한 조례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