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부르는 서형원 후보 선거를 하루 앞둔 3일 오후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후보가 지지자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송규호
6.4 지방선거에서 작은 이변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진원지는 과천이다. 서형원 녹색당 후보가 시장 자리에 도전하고 있다. 서 후보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거대 정당의 후보를 제치고 역대 최다득표로 시의원에 당선된 바 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풀뿌리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며 다진 지역기반은 서 후보의 든든한 힘이다.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서 후보의 선거유세를 돕고 있다. 서 후보는 새누리당 신계용 후보, 새정치연합 김종천 후보와 시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서 후보가 당선되면 아시아 최초의 녹색시장이 된다.
서형원 후보 캠프 "워낙 박빙이다"
선거를 하루 앞둔 3일 오후 4시. 과천시 렉스타운에 위치한 서 후보 캠프에는 긴장감이 감 돌았다. 서 후보와 다섯 명 정도의 캠프관계자들이 유세 일정을 검토하거나, 지지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이날 내린 비 때문에 4시 30분에 예정된 유세 일정이 취소됐다. 대신 정오부터 지지자들에게 투표 독려 전화를 했다. 서 후보도 지지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서 후보는 "대략 200여 명에게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서 후보는 지지자와 통화에서 "워낙 박빙이다. 어제부터 1000표 정도를 더 모으려고 전화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후 7시 30분 과천 중앙공원. 녹색 부직포로 만든 하트모양의 브로치를 가슴 단 시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공원 중앙에는 성인 남성 키보다 조금 큰 스크린이 설치됐다. 서 후보 지지 모임인 '울타리강남콩솔바람'이 공연을 하는 것으로 서 후보의 마지막 유세가 시작됐다. 통기타 연주에 맞춰 8명이 '행복의 나라로'를 부르자, 자전거를 타고 유세장을 지나던 초등학생 3명도 잠시 자전거를 멈추었다. 스크린에선 서 후보의 정책을 홍보하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곧 3040대 엄마들이 강남스타일을 개사한 '남편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자 유세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서 후보도 지지자들과 함께 몸을 흔들었다.
이어 서 후보의 연설이 시작됐다. 서 후보는 먼저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공천하면 당선될거라고 생각하는 정당정치를 비판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 낙하산 논란이 있는 새누리당 신계용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서 후보는 "(그런 후보는) 한 번 정치인(당선)이 되면 시민들을 떠나서 시민들에게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 후보는 지난 8년간 시의원으로서 업적을 강조했다. 그는 과천시의회 1층을 개방해 북카페와 열린 강좌실로 만들어 시민모임 활성화에 촉매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후보는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힘을 가질까, 정책의 주인이 될까, 예산을 직접 짤까 고민 하겠다"며 "저는 매순간 여러분의 손길로 여러분의 변화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 지지자들과 단체사진 찍는 서형원 후보 선거를 하루 앞둔 3일 오후 서형원 녹색당 과천시장 후보가 중앙공원에서 마지막 집중유세를 마치고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 송규호
'변해가네' 열창한 후보와 지지자들
연설이 끝난 뒤 서 후보는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유리상자의 '변해가네'를 열창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50여 명의 지지자들은 한손에는 우산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녹색 화면으로 맞춘 휴대폰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노래를 마친 뒤 서 후보는 유세장에 모인 지지자들을 찾아가 한명 한명과 악수했다. 한 40대 여성은 서 후보를 꼭 껴안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한 꼬마는 서 후보의 팜플렛을 들고와 사인을 받아가기도 했다.
서 후보에 대한 과천 시민의 지지는 특별해 보였다. 중앙공원에서 유세하던 서 후보는 거리를 지나던 주민들과 포옹하거나 어깨동무를 하며 인사했다. 서 후보는 "평소에도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다"며 "방금 인사한 분은 저기 치킨집 사장님이고 바로 전에 인사한 분은 근처 부동산 사장님"이라고 설명했다.
서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던 중앙동에 사는 백아무개(여, 40대 후반)씨는 서 후보를 "저에게 감동을 준 사람이다"고 소개하며 "그동안 서 후보는 누구 눈치 안보고 표심에 상관 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백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서 후보 지지를 부탁하는) 카톡을 많이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18년째 과천에 살고 있다는 주혜정(여, 47)씨도 서 후보를 열렬하게 지지했다. 주씨는 중앙공원 앞 횡단보도에서 자발적으로 선거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볼 일 보러 가는 중에 선거 유세를 하는 서 후보를 보고 반가워서 잠깐 들렀다"고 밝혔다. 주씨는 작은 손가방에서 서 후보의 명함을 꺼내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전역한지 일주일 됐다는 박상은(남, 23)씨도 서 후보 캠프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박씨 "원래 정치에 별로 관심은 없지만, 서 후보 팬인 부모님이 서 후보 캠프에서 봉사활동해보라고 권하셨다"고 밝혔다. 박씨는 "앞에 나서는 건 잘 하지 못해, 엠프 등 짐 나르는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서 후보는 선거 결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기대하고 있다"면서 "저와 신 후보 중에 될 것 같다. 30% 안쪽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고 판세를 분석했다. 그러면서 서 후보는 이번 선거운동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돋보인 운동"이라고 자평했다. 앞서 서 후보 캠프는 '대형 유세차량'과 '조직 동원', '홍보성 여론조사'를 하지 않는 '3무 운동'을 선언한 바 있다. 대신 서 후보 측은 자전거와 작은 엠프만을 동원하며, 토크와 공연이 있는 '공감유세'로 시민과 접촉했다. 현장 반응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이날 마지막 공감유세에서는 근처를 지나던 50대 부부가 서 후보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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